|
영화를 보며 최근의 선거제 개편와 개헌 논의과정이 떠올랐습니다. 논의가 진전되기는 커녕 점점 산으로 가는 점이 비슷합니다. 선거제 개편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긴 합니다만, 개헌처럼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3당 대표가 단식도 하고 장외농성도 하며 정치권을 달궜지만 영화처럼 헛소동으로 마치게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제와 개헌 모두 정당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의제입니다. ‘게임의 룰’을 다루는 만큼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은 바뀌지 않길 원하며, 야3당(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은 조금이라도 바뀌길 원합니다. 야3당은 부족한 당력을 끌어모아 불씨를 피우는 데 성공했지만, 거대양당은 오히려 논의 핵심을 빗겨가는 방식으로 논의에 힘을 빼고 있습니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도 거대양당이 관심없는 담론를 어떻게 무산시키는 지 그대로 보여줍니다.
협상의 핵심은 ‘이견 좁히기’입니다. 상대가 받아들일 수준의 조건을 제시하며 입장차를 줄여갑니다. 물론 협상 의지가 있다는 경우를 전제합니다.
선거제 개편 논의가 고꾸라지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을 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의 한 종류인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삼되 ‘의원정수 증가’에는 부정직인 입장입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는 반대하며 개헌과 연계하자는 입장입니다.
돌이켜 보면 개헌도 흡사한 이유로 망가졌습니다. 작년 5·9대선 직전 불붙었던 개헌 논의는 올 초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별안간 ‘4년 중임제’를 골자로한 개헌안을 제시하며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한국당을 포함한 야3당은 “권력분산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했습니다. 무리한 요구만 내세우며 논의는 접점없이 맴돌았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은 “비상식이 반복되는 우리 정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개헌 논의도 허탈하게 끝났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간과 재화는 한정적입니다. 선거제를 주도적으로 논의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지금은 종료됐지만 작년 한해동안 가동했던 헌법개정특별위원회 등은 모두 국회 내 공식 기구입니다. 세금 등을 포함한 상당한 재화가 투입됩니다. 더 이상 ‘헛소동’으로 힘을 뺄 때가 아니라 정치적 대타협을 통해 마침표를 찍을 시점이 아닐까요. 새해부터는 좀더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