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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러닝에 최적화 된 NPU의 필요성
인류가 만들어낸 수 많은 발명품들은 대부분 지구 상에 존재하는 동·식물 등 자연을 모방해 만들어졌습니다. 새의 날개를 본뜬 비행기는 물론 철조망(장미의 가시)이나 수영할 때 쓰는 오리발 등 그 사례는 무궁무진합니다. 실제 수많은 분야의 연구자들이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자연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20세기까지 단순 기계 제어에 머물던 AI 기술 발전의 실마리도 인간의 뇌(腦)에서 나왔습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AI를 만들기 위해선, 뇌의 원리를 모방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해온 반도체인 CPU(중앙처리장치)와 인간의 뇌가 다른 점은 정보의 처리 방식에 있습니다. CPU는 인간의 뇌보다 엄청나게 빠른 연산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산이 빠른 대신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지 못하고 하나씩 순서대로 처리합니다. 따라서 CPU를 이용해 인간과 같은 AI를 만들려면 수천개 또는 수만개의 CPU가 필요해 부피가 커지고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또 대량의 정보를 스스로 학습하고, 그 결과를 통해 새로운 추론이 가능한 딥 러닝은 AI 기술엔 필수적이지만 CPU로는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인간의 뇌는 1000억개가 넘는 신경세포(뉴런·neuron)가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synapse)란 연결 고리를 통해 다른 뉴런과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동시에 작동, 순식간에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합니다. 뉴런과 시냅스가 병렬로 연결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신경망을 이룹니다. 이를 통해 형광등 1개를 켤 정도인 약 20와트(W) 수준의 저전력으로도 기억 연산 추론 학습 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 많은 연결선에 정보가 분산돼 있어 몇몇 뉴런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학습 능력도 뛰어납니다.
이런 인간 뇌의 특성은 AI 분야에 적용돼 △문자 인식 △화상처리 △자연 언어 처리 △음성 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차세대 반도체인 NPU는 뇌의 특성인 신경망을 접목해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대량 학습할 수 있어 딥 러닝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딥 러닝이 기존의 AI 기술과 다른 점은 정보를 학습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기존엔 빅데이터나 데이터베이스 등 인간이 제공한 정보를 학습해 결과를 도출합니다. 그러나 딥 러닝은 이런 학습과정 없이 스스로 분석한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발견하고 결과를 이끌어 냅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면 기존 AI는 무수히 많은 고양이 사진을 먼저 학습해야만 “이 사진이 고양이”라고 찾아낼 수 있습니다. 만약 학습한 특징인 눈이나 뾰족한 귀 등을 가린 사진을 보여주면 쉽게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딥 러닝은 마치 인간처럼 배움의 과정 없이 스스로 발견한 패턴을 통해 고양이 사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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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인 AI를 구현할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NPU이지만, 개발이 본격화된 시점은 불과 3~4년 전입니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AI 시스템 ‘알파고(AlphaGo)’는 딥 러닝과 결합한 NPU 개발 확산의 방아쇠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2016년 3월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은 인류가 NPU가 적용된 AI를 사실상 처음 경험한 사례였습니다. 이 대결에서 알파고는 경우의 수가 ‘무한’에 가까워 AI에게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꺾으며 ‘AI 붐’을 일으켰습니다. 알파고의 성공을 지켜본 글로벌 IT·전자 기업들은 이후 앞다퉈 NPU 개발에 뛰어들었고, 단시간에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반도체로 급부상했습니다.
NPU는 AI를 탑재한 모든 디바이스(전자 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적용이 모색되고 있는 제품은 스마트폰입니다. 그동안 스마트폰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컴퓨터의 CPU와 같은 기능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3D센싱을 통한 안면인식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고, AI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NPU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입니다.
관련 업계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NPU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들이 NPU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이미지와 영상, 음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끊김없이 처리해야하는 디바이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카메라 수가 듀얼(2개)을 넘어 트리플(3개), 쿼드(4개) 등으로 계속 늘어나면서, 고화질 이미지와 영상을 빠르게 처리하는 AI 기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IT 업체들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NPU의 개발과 적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선보인 ‘아이폰X’에 신경망 코어를 접목한 AP인 ‘A11 바이오닉’을 처음 선보였고, 올해는 한층 진화된 ‘A12 바이오닉’을 아이폰XS, 아이폰XS 맥스 등 신제품에 적용했습니다. 또 중국의 화웨이도 전용 NPU를 탑재한 AP ‘기린 970’(2017년)과 ‘기린 980’(2018년)을 연이어 내놨다.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NPU 수요는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2020년 이후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스마트폰이 NPU의 연습 경기라면 자율주행차는 본선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두뇌가 될 NPU는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가 매일 수집하는 엄청난 이미지 데이터를 처리하고, 스스로 학습해 사물을 인식·분석해야 합니다. 또 장애물 나타나거나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위험을 감지 및 판단, 차량과 운전자를 사고로부터 보호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도로 환경에 따라 감속과 브레이크 사용, 핸들 회전 등 수많은 명령을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진정한 AI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 바로 자율주행차인 것입니다.
CPU를 앞세워 PC시장을 평정했던 인텔이 2017년 3월, 무려 153억 달러(약 17조 5600억원)를 들여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Mobile Eye)’를 인수한 것도 모빌아이가 보유한 NPU 기술을 확보해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이 목적이었습니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도 ‘시스템 반도체 중심 전장(전자 부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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