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봇 '다빈치' 보급 주인공 "의료기기 해외 진출 도울 터"

메디튤립글로벌 손승완 대표
수술로봇 '다빈치' 국내 보급 주인공
의료진 아이디어 반영한 국산 의료기
품질 경쟁력 충분 유통 선진화 문제
AS, 부채 아닌 매출원 인식…사업화
  • 등록 2018-09-09 오전 9:58:29

    수정 2018-09-09 오전 10:10:28

손승완 메디튤립글로벌 대표가 국내에서 개발된 수술용 스테이플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메디튤립글로벌 제공)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국산 의료기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유통이 취약한 국산 의료기기에 날개를 다는 역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지난달 의료기기 유통전문기업인 메디튤립글로벌을 설립한 손승완 대표는 9일 “의료현장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국산 의료기기 제품 자체 경쟁력은 충분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메디튤립글로벌은 신생기업이지만 이를 이끄는 손 대표는 메디튤립글로벌을 창업하기 전까지 수술용 로봇 대명사인 ‘다빈치’ 제조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 한국지사장을 지냈다. 그 이전에는 삼성메디슨 전략기획팀장, 스트라이커 한국 및 동남아 마케팅 디렉터 등을 역임했다. 20년 가까이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의 변화를 최일선에서 경험한 셈이다.

손 대표는 인튜이티브서지컬 한국지사장 시절, 한국을 다빈치를 활용한 수술의 글로벌 교육 허브로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본사로부터 로봇수술 훈련센터인 ‘수술혁신센터’ 설립에 1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손 대표는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매출만 따지면 한국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로봇수술에 대한 한국 의료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본사에 강하게 어필,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한국지사장이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유에 대해 그는 “최신 의료기술을 더 많은 사람들에 소개하고 싶다는 갈증이 컸다”고 말했다. 메디튤립글로벌은 혁신적이지만 기업 규모와 여건 상 글로벌 진출이 요원한 제품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강민웅 충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개발한 ‘케모포트’(삽입형 항암제 주입기)와 수술용 ‘스테이플러’(조직 절개 및 봉합기)의 글로벌 유통을 담당키로 했다. 손 대표는 “두 제품 모두 실제 의료현장에서 기존 제품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했다”며 “이미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이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분야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외과의사들로부터 극찬을 받을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유통전문기업은 국내에서 흔치 않다. 손 대표는 “대부분 산업이 제조사와 유통사가 역할을 분담하는데 의료기기산업은 전문 유통사가 없어 제조사가 유통까지 담당한다”며 “이럴 경우 제조사 직판 역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국가·지역별로 시간과 비용의 효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국산 의료기기 경쟁력에 대해 “최근 10년간 품질과 아이디어가 빠르게 성장했다”며 “의료의 질이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임상 현장 아이디어를 반영한 의료기기 개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술 발전을 마케팅과 유통이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는 제품 판매 못지않게 사후관리(AS) 등 유지보수가 관건이다. 메디튤립글로벌 입장에서는 AS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유지보수 자체를 사업의 한 부분으로 키울 계획”이라며 “서비스는 비용과 부채가 아니라 그 자체가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기업은 제품 설계 단계에서 서비스 사업성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한다”며 “다빈치도 매출 중 20%를 유지보수 서비스에서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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