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②'脫원전 아닌 脫산소시대..韓, 왜 원자력 포기하나'

세계적 석학 제프리 삭스 美 컬럼비아대 교수
"환경 고려한 지속가능한 발전" 강조하면서도
한국의 탈원전 정책 반대하며 '원전 필요' 역설
  • 등록 2018-01-05 오전 6:00:00

    수정 2018-01-05 오전 6:00:00

세계적 석학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MOOC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단순한 경제 발전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인류의 미래라고 강조한다. 빈곤이 사라지고, 튼튼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사회적 신뢰가 높아지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속 가능한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도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삭스 교수는 한국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원자력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이라면서 “원전은 한국에 가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위해 탄소 배출이 적은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달랐다.

물론 삭스 교수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함께 원자력의 안전성을 높이고, 4세대 원자력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삭스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됐다.

“트럼프, 어리석고 오만하고 무지하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은 매우 근시안적입니다. 정부의 적자를 늘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환경을 파괴하고 인프라, 과학 및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의 조처를 하기 시작했죠. 상당한 대가를 치를 겁니다. 트럼프는 ‘부자만을 위한 포퓰리스트(populist.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迎合)하려는 사람)’입니다. 그는 힘 있는 사람들과 기업들을 위해 오만하게 굴고 사람들을 따돌리는 짓을 합니다. 어떠한 진지한 분석이나 민주적 또는 전문가적인 협의, 또는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습니다. 다른 모든 포퓰리스트처럼, 트럼프는 장기간에 걸쳐 미국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이후, 세계의 중심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세계는 다극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리더십을 가지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어리석음, 오만함, 무지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의 종말을 더 재촉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또 전 세계에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제 희망은 중국과 일본, 한국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인프라 부문에서 공통점을 찾는 것입니다. 만약 한국과 중국, 일본이 힘을 합친다면, 그래서 서로 결합하고 협력적이 된다면 매우 비중 있고 긍정적인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협력할 때 지속 가능한 개발의 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국가도 커다란 이익을 향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인세 인하가 합리적..부유세 등 세수 균형은 필요”

-미국이 법인세를 21%로 인하하면서 미국의 법인세가 한국(최대 25%)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미국은 과거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됐다고 보십니까?

제 생각에 여러 나라가 법인세를 서로 낮추는 ‘하향식 경쟁’에 뛰어들 것입니다.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대신 부유세나 소비세와 부가가치세를 등을 통해 세수 손실에 균형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뜨겁습니다. 올해 미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미국 경제나 세계 경제에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미국의 경기가 현재 상승 추세에 있지만, 미국 경제는 주기적으로 경기순환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승할 때가 있으면 하락할 때도 있다는 말이죠. 미국 경제의 상승세도 올해 또는 내년부터는 약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일련의 금융시장 거품이 약해지거나 거품이 꺼지고, 결과적으로 주가도 떨어질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제게 미래를 알려 주는 수정 구슬 같은 건 없어요. 거품의 끝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AFP
“지속 가능한 발전 집중해야..원전도 저탄소 에너지”


-과거 한국이 빈곤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난 나라라고 평가하신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여전히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한국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은 지속 가능한 발전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 젊은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휴식과 휴가를 늘리고 여가생활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선진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둬야 합니다. 물론 이건 한국이 지금 잘 하는 것이고요. 세 번째로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governace, 협치(協治))를 개선하기 위해 ICT(정보통신기술)의 사용을 지속적으로 더 강화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환경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사회적 비용도 큰 것 같습니다. 한국은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사회적으로 잡음이 많습니다. 당장 원전을 포기하면서 감수해야 할 경제적 불이익에 대한 걱정 때문인데요, 어떤 해법이 있겠습니까?

원자력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입니다. 원전은 한국에 가치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물론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함께 원자력의 안전성을 높이고, 4세대 원자력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무엇일까요?

모든 기업은 미래가 지속 가능한 발전 과정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개발에 자신들의 목표가 들어맞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공정하고, 정부와 국민에게 책임감 있고 정직하며, 환경을 보호하고, 소비자에게 투명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북핵, 대화가 유일한 해법..北 압박은 위기 낳을 수도”

-비트코인 열기가 뜨겁습니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의 부상이 달러 중심의 세계 금융시스템에 금이 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글쎄요. 비트코인은 유감스럽게도 많은 영리한 한국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거품입니다. 비트코인의 거품이 터진다면 시간과 돈, 자신감을 잃을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보안기술은 혁신적이고 유용하지만, 비트코인 자체는 장기적으로 볼 때 1만3000달러(비트코인은 3일 1만5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의 가치가 없습니다. 머지않아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는 여전한 위험 요인입니다.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 문제에 대한 해답은 하나뿐입니다. 북한과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내놓는 겁니다. 물론 시간이 걸리고 서로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북한 주민을 굶주리게 하거나 북한 경제를 봉쇄하는 조치, 혹은 전쟁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시도에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북한에 대한 공격적인 군사적 접근은 위험하고 무모한 짓입니다.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위기가 악화되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위기가 전쟁으로 바뀌면 재앙과 비극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평화로운 협상만이 앞으로 나아갈 길입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