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를 많이 할 때는 우리나라 경제 여건이 좋고 그래서 주식과 채권도 오를 것 같기 때문”이라며 “최근 투자가 줄었다는 것은 지금은 상황이 반대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반짝 시동이 걸렸던 한국 경제 성장 엔진이 다시 꺼져가는 조짐이다. 9월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10월 역대 최장 연휴를 앞두고 업체가 수출 물량을 밀어낸 ‘가불 효과’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오히려 기업과 가계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대외 악재도 여전해 10월이 경제 회복세 유지의 고비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투자 11개월 만에 ‘마이너스’…본격 둔화 우려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0.4% 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긴 했다. 문제는 이런 호조세가 ‘반도체 나홀로 호황’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8월 반도체와 전자 부품 생산이 각각 12.4%, 5.5% 늘었는데, 둘을 제외할 경우 광공업 생산량은 되레 1.4%가 감소했다.
경제 둔화 조짐은 앞으로 본격화하리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당장 10월 수출 지표가 큰 폭으로 꺾일 가능성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장기간의 연휴로 인해 업체가 일하는 날이 줄어드는 만큼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경제심리…北·中·美 외풍도 만만치 않아
향후 경제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는 이미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9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107.7로 8월보다 2.2포인트 내리며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새 정부 들어 살아나던 소비 심리가 북핵 위기감 등으로 다시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도 92.3으로 17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BSI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앞으로의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기업의 추석 특수 기대감이 사라진 것이다.
경제 심리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 대외 악재는 10월에도 여전하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북한이 이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재차 도발에 나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달 10일 만기를 맞는 한·중 통화 스와프 연장 여부나 미국 재무부가 이달 발표하는 환율 보고서 등도 우리 경제의 큰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외풍(外風)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것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정부가 목표한 올해 성장률 3%를 달성하려면 굉장히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일관되고 지속적인 판단으로 경제 주체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