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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은 2009년부터 사실상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입학금마저 폐지하면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정책연구를 통해 대학별 입학금 원가를 산출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대학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등록금 동결 대학들 입학금으로 재정 보전
30일 교육부와 대학들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학금이 비싼 20개 대학 기획처장들을 모아 입학금 인하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대학입학금의 단계적 폐지’를 국정과제에 포함한 직후다.
이 자리에 참석한 A대학 기획처장은 “입학금이 대학 재정수입의 한 축이 된 지 오래여서 기획처장들의 불만이 컸다”며 “대학 등록금이 사실상 9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입학금으로 부족한 재정을 충당해 왔는데 이마저도 못하게 하면 재정난이 심화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4년제 대학의 연간 입학금 총액은 4093억원(2015년 결산 기준)이나 된다. 폐지할 경우 대학들이 입는 재정손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정기획위도 ‘즉시 폐지’가 아닌 ‘단계적 폐지’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이 때문이다.
대학 입학금은 대학이 임의대로 책정할 수 있어 부족한 등록금 수입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4조4항)’에 따르면 ‘입학금은 학생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는 조항만 있고 산정 근거를 밝혀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지난 10년간의 대학 등록금·입학금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입학금은 등록금 수입의 ‘보완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사립대를 기준으로 등록금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6.5% 오르는 데 그쳤지만, 입학금은 같은 기간 8.5%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엎친데 덮친 대학들
대학들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형료에 이어 입학금까지 폐지 또는 인하할 경우 재정악화로 교육투자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은 전형료와 입학금을 폐지 또는 인하하기에 앞서 국가 장학금 등을 지렛대 삼아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온 ‘반값 등록금’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대학 기획처장은 “입학금을 없앨 거라면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대학 입학금 원가공개로 인하 압박
올해 학생 1인당 입학금이 가장 비싼 곳은 동국대로 102만4000원이다. 이어 한국외국어대(99만8000원), 고려대(99만6600원), 홍익대(99만6000원), 인하대(99만2000원) 순이다. 전체 222곳의 4년제 대학(사이버대 포함) 중 28개 대학의 입학금이 90만원을 넘었다.
교육부는 정책연구를 통해 입학금의 ‘원가’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입학금에 대한 정책연구를 진행, 입학금 수입의 사용처를 파악하는 등 실비를 따져볼 계획”이라며 “입학금의 사용실태를 공개하면 과도하게 계상된 부분이 드러날 테고 이를 통해 대학의 입학금 인하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입학금 징수 근거로 제시하는 △학생증 발급 △입학식 개최 △입학 사무 등에 소요되는 실제 원가를 공개한 뒤 과도하게 책정된 부분에 대해선 인하를 요구하겠다는 뜻이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입학금을 내지 않으면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그간 일부 대학들이 입학금을 과도하게 책정했다”며 “대학도 대입전형료와 입학금을 폐지해 대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을 낮추는데 일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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