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시장 열린다]③싸고 편하게…글로벌시장도 핀테크가 야금야금

  • 등록 2017-04-09 오전 7:00:00

    수정 2017-04-09 오전 7: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주요국에서는 이미 핀테크 업체들이 외화송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해외 송금을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아직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낮은 수수료와 편의성 등을 강점으로 입지를 넓히는 모습이다.

9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글로벌 해외송금 규모는 5820억달러로 5년간 세배 이상 성장했다. 이중 4420억달러가 저소득 개발국가로 송금됐다. 해외 이주민이나 해외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본국으로 송금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연간 해외 송금시장이 앞으로 수년간 연평균 2~4%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글로벌 해외 송금시장에서 기존 상업은행이나 머니그램, 웨스턴유니온 같은 송금전문회사(MTO)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2014년 기준 94%에 달하고 나머지 6%가 디지털을 통한 송금이었다.

하지만 개인간(P2P) 거래, 비트코인,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송금업체가 낮은 수수료와 빠른 속도를 앞세워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벤처스캐너는 2015년 7월 기준 외화송금 관련 글로벌 핀테크 업체를 42개로 파악했다. 가장 대표적인 외화송금 업체는 영국의 트랜스퍼와이즈다.

트랜스퍼와이즈는 에스토니아 출신 친구인 크리스토 카만과 타벳 힌리커스가 2010년에 함께 창업한 기업이다. 창업 계기는 이렇다. 힌리커스는 유로화로 월급을 받는데 영국 런던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파운드가 필요했고, 카만은 파운드화로 월급을 받는데 고향인 에스토니아에서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내려면 유로화가 필요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둘은 매달 월급이 들어오면 일정부분을 서로의 계좌에 입금해 비싼 송금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됐다. 이 아이디어가 트랜스퍼와이즈 창업으로 이어졌다.

트랜스퍼와이즈의 송금방식은 두 국가 간 송금 희망자를 매칭시켜 국내에서 처리하는 페어링(pairing) 방식이다. 예를 들어 A국의 송금인과 B국의 수취인, A국의 송금인이 있으면 A국의 송금과 수취인, B국의 송금과 수취인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돈이 국경을 넘지 않고 해당 국가 내에서 매칭된다. 송금이 완료되기까지 대략 1~4일이 걸린다.

트랜스퍼와이즈를 통해 송금되는 규모는 매달 7억6000만달러 이상이다. 최근에는 스카이프, 페이스북 등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 접근성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는 작년 5월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11억달러로 인정받았다.

200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줌은 디지털 지갑 앱으로 중국, 인도, 파키스탄, 가이아나, 멕시코, 필리핀 등 52개국으로 송금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5년 7월 페이팔에 8억9000만달러에 인수됐다. 영국의 월드리미트는 50개국에서 송금서비스를 제공하며 117개국으로 보낼 수 있다.

낮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좋다. 컨설팅 업체인 BI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로 16년 차인 미국의 줌의 디지털 송금 매출액이 업력 77년인 머니그램을 웃돈다.

이처럼 핀테크 업체들이 해외 송금시장을 잠식해오자 은행도 스위프트에서 벗어나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활용한 송금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일본 최대 시중은행인 미쓰미시 도쿄UFJ 은행은 작년 7월 미국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제휴를 맺고 해외 송금 체계 개발에 나섰다. 이를 통해 개인 뿐 아니라 기업고객에게까지 디지털통화를 통한 송금서비스를 제공,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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