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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한진해운 신항만 컨테이너 부두는 ‘폭풍전야’처럼 조용했다. 평소 같았으면 트럭들로 가득 차야 할 선석(부두와 컨테이너 더미 사이에 난 길)에는 트럭이 단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지나가는 승합차가 전부다. 이날 한진해운은 이사회를 열고 기업회생개시를 신청하기로 의결한 데 이어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 직원은 “설마 했는데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될 지 몰랐다”며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막막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멀리 바다에는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 척이 외로이 떠있다. 20피트 컨테이너 2500개가 실리는 2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의 작은 배다. 이날 오후 중국 롄윈항을 향해 떠났어야 하는데 파도가 높아 출발하지 못했다. 바람 때문에 모든 터미널의 선적 작업이 올스톱이 됐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소식에 일손을 놓은 직원들도 많다고 한다.
야드장치장에는 드문드문 트럭이 보인다. 야드 자동화 크레인이 컨테이너 위치를 정리하기 위해 움직인다. 트럭 한 대가 와서 컨테이너를 실어간다. 트럭 운전사는 “보통 이 시간대면 수십대의 트럭이 물건을 창고에 옮기려 줄을 서 있지만 오늘은 어째 들어오고 나가는 차량이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선박은 8월 기준 컨테이너선 총 101척, 벌크선 44척이다. 이 가운데 운항 중인 선박은 95척, 여기에 실린 컨테이너만 54만TEU에 달한다. 법정관리에 본격 돌입하면 용선주들이 선박을 회수하게 되고 화물들은 중간 기항지에 강제하역될 수 있다. 이들은 배가 떠나기 전에 물건을 빼내는 것이 최선이다. 이미 한진해운 소유 컨테이너선이 전날 싱가포르 터미널에서 억류(Arrest)됐다는 비보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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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는 ‘한진해운 살리기 범시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부산항발전협의회, 부산상공회의소, 한국선주협회 부산지구협의회, 한국해양산업협회 등 해운·항만 관련 업·단체와 시민단체 관계자 1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단체복도 각양각색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해지자 어제부터 하루만에 준비한 결의대회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한진해운 망하면 부산항도 망한다’ ‘해운 없이 조선없고 해운없이 미래 없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진해운을 살려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상공계도 이날 한진해운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한진해운이 오랜 기간 대한민국의 수출을 위해 전 세계 바닷길을 열어온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임을 전제하고,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넘을 수 있도록 지원하지 못한 채 국가기간 산업의 한 축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해운기업을 청산하려 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또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채권단에는 보다 탄력적인 유동성 지원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한진해운도 국내 해운산업 대표기업으로서 보다 강도 높은 자구방안 수립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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