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6]"빅데이터는 도구일 뿐, 중심은 인간"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인간의 마음을 읽는 빅데이터
量으로 승부하기엔 기계에 밀려
아이디어·성과 파는 시대 올 것
소비자가 동반자임을 이해할 때 기업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
  • 등록 2016-06-09 오전 6:00:00

    수정 2016-06-09 오전 6:00: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부지런함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의 막이 저물고 이제 두뇌를 기반으로 비즈니스가 움직입니다. 10시간 동안 일해서 칭찬받는 게 아니라 몇시간을 놀건 일했건 간에 내놓은 성과가 좋았을 때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8일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질로 승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인간이 모호하고 비정형적인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으로 승부하기엔 인간이 기계를 따라잡긴 어렵다는 것. 대량생산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과 인도 대신 로봇의 몫으로 돌아가고 산업혁명 때마다 발생했던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으로 영국에서 벌어졌던 기계파괴 운동인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즈니스 기반, 근면성에서 두뇌로…“양보다 질로”

송 부사장은 “인간이 고민한 결과가 경험과 축적된 시간에 비례할 때 생산성이 입증되는 시대가 온다”며 “능력 있는 자는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혹은 성과를 건건이 파는 형태로 개개인이 브랜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투자자본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이 높은 대로 순차 적용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AI시대가 본격화하면 없어질 직업으로 약사, 변호사 등이 먼저 꼽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빅데이터 분석을 ‘인간이 남긴 흔적을 보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빅데이터,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


송 부사장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에 10여년 동안 몸 담아왔다. 그는 “알파고를 만든 AI 프로그램 개발회사인 딥마인드가 구글의 인수 이후 더 좋은 성과를 내고 각 분야 인재 또한 페이스북이나 구글로 입사하는 까닭은 원료가 되는 데이터가 이들 기업에 있기 때문”이라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빅데이터라는 단어 대신 ‘인간이 남긴 흔적을 보는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 빅데이터는 수단일 뿐 결국 최종 목적은 사람 마음을 읽는 데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파도, 바람 등 인간의 마음이 담기지 않은 데이터가 아니라 인간이 남긴 흔적인 마인드(mind)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 사례로 그는 아모레퍼시픽과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꼽았다. 뷰티 트렌드를 조사해보니 우리나라 사람은 바르거나 고치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중국인은 오장육부가 좋아야 피부가 좋아진다고 생각해 먹는 것을 선호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콜라겐 드링크를 출시했고 크게 성공했다.

송 부사장은 “한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 한국식대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려고 하면 틈새시장만 공략할 뿐 주류로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상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는 얘기다. 컴퓨터학을 전공한 ‘공돌이’인 그가 인문학을 익히는 데 열심이었던 까닭이다.

“소비자는 기업의 먹잇감이 아니라 기업의 동반자이고 기업이 사회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봤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을 주면 팬이 될 수 있다는 것. 일례로 스타벅스가 있다. 수많은 소비자가 문 열자마자 커피를 구매한후 출근하고 기꺼이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비싼 텀블러를 산다.

그는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며 “더 높은 수준의 관점으로 상대편을 배려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지고 사회적 책임과 비즈니스가 결합되면서 이익도 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송길영 부사장은 스스로를 ‘사람의 마음을 캐는 광부(Mind Miner)’라 말한다. 그는 사람들의 일상 속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 있는 방대한 저장소인 소셜 빅데이터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해석한다. 그는 한국BI데이터마이닝학회(Korea Business Intelligence Data Mining Society)’ 임원으로 협회 내 비영리 조직인 오피니언 마이닝 워킹 그룹(Opinion Mining Working Group)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상상하지말라’ 등이 있다. 고려대 전산학 학사를 거쳐 컴퓨터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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