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나전칠기, 강남을 접수하다

'조선의 나전: 오색찬란' 전
문함·옷상자 등 목공예품 90여점
호림미술관 신사분관서 6월30일까지
  • 등록 2015-04-24 오전 6:41:00

    수정 2015-04-24 오전 6:41:00

17∼18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나전대모모란당초문옷상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다(사진=호림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전통 공예품 가운데 ‘나전칠기’라는 것이 있다. 어떤 공예품인지 머릿속에 형상은 떠오르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면 난감한 단어다. 나전칠기는 전통 목공예품의 대표적인 꾸밈기법 중 하나인 ‘나전’과 옻칠을 한 그릇이란 뜻의 ‘칠기’가 합쳐진 단어다. 한자인 소라 ‘나’(螺)자와 비녀 ‘전’(鈿)자로 이뤄진 나전은 어원처럼 전복이나 조개껍질 안쪽의 은색무늬를 활용해 장식한 것이다. 검은 옻칠을 한 나무에 나전을 붙여 꾸민 공예품을 통틀어 나전칠기라 칭한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나전칠기가 뛰어났다. 칠기는 이미 기원전 1세기 부장품에서 발견됐고, 현재 남아 있는 고려시대 나전칠기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추앙받고 있다. 조선시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나전 장식을 전국 각지의 장인들이 대중화했고 장식기법 역시 사군자·민화 등에서 회화 무늬로까지 확대됐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6월 30일까지 열리는 ‘조선의 나전: 오색찬란’ 전은 조선시대 나전칠기를 중심으로 문함·옷상자 등 90여점의 다양한 목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나전 장식의 공예품이 주를 이루지만 이외에도 화려한 채색으로 옛 여성들의 공예품으로 사랑받은 ‘화각’과 바다거북 등껍질과 상어가죽으로 제작한 ‘대모’ ‘어피’ 등으로 꾸민 다른 공예품도 볼 수 있다.

20세기 초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화각십장생문함’.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이다(사진=호림미술관).


이번 전시를 위해 호림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숙명여대박물관 등에서 소장한 문화재급 소장품을 대여했다. 덕분에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천 년을 이어온 빛 나전칠기’ 전 이후 관련 전시 중 가장 큰 규모로 열게 됐다.

전시를 둘러보면 문양의 화려함과 섬세한 세공솜씨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지름 1㎝도 채 되지 않은 나전을 일일이 새겨 넣어 꾸민 화조무늬 등은 몇백년이 흘러도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전시 구성 또한 사군자와 길상문자, 장생, 산수인물 등 나전 문양별로 구분해 한 편의 거대한 회화를 보는 듯하도록 공예품을 배치했다. 단순나열식의 전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다.

오윤선 호림박물관 관장은 “조선시대 후기 나전칠기는 오색찬란한 것에 대한 인간의 본능, 또 그에 대한 절제미로 도드라진 조선예술의 이면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작품들”이라며 “명맥이 끊겨가는 현대 나전칠기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02-541-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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