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빛과 그림자]원룸 월세 얻어 요우커에 불법 '민박 장사'

중국인이 단독주택 구입, 온라인서 관광객 모집도
"부실한 법 제정·단속이 불법 시설 증가 부채질"
  • 등록 2015-02-09 오전 6:30:00

    수정 2015-02-09 오전 9:04:19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자 게스트하우스도 덩달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일대에 들어선 게스트하우스(사진 오른쪽).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3일 찾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오아시스 게스트하우스’. 문 앞에는 ‘외국인만 받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게스트하우스 안에 들어서자 영국에서 온 크리스 펄린(36)와 가간딥 그리웰(여·30), 그리고 이곳을 운영하는 김경락(48)씨가 반갑게 맞는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게스트하우스는 어떤 느낌일까. 이들과 게스트하우스 이용의 장·단점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에 함께 참여한 운영자 김씨에게선 게스트하우스 사업에 대한 정보와 개선할 사항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격·소통·현지화 장점… “객실 점유율 25%가 손익분기점”

크리스와 가간딥은 ‘트립 어드바이저’·‘아고다’·‘부킹 닷컴’ 등 숙박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들이 말한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은 가격과 소통, 그리고 현지화였다.

게스트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제공=오아시스 게스트하우스]
서울시내 게스트하우스 숙박비는 지역에 따라 6인실은 2만~4만원, 2인실은 5만~7만원, 패밀리룸은 10만~14만원 정도다. 이는 서울시내 비즈니스호텔 평균 가격(15만~22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크리스는 “똑같은 방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은 비용도 비싼데다 그 나라를 느끼고 싶다는 목적에 맞지 않아 여행 때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층 단독주택인 이곳은 2인실(6곳)과 6인실(1곳), 패밀리룸(1곳) 등 총 8실로 최대 22명이 숙박할 수 있다. 초기 투자비는 대략 보증금 1억원(보증금 7000만원·권리금 3000만원)에 내부 인테리어 비용(500만원) 정도다. 김씨는 운 좋게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던 곳을 넘겨받아 인테리어 비용이 따로 들진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매달 월세로 340만원(1·2층 각 170만원), 전기·수도세 등을 포함해 약 450만원을 지출한다.

이곳 게스트하우스의 숙박비는 2인실이 6만원, 6인실이 침대당 2만원, 패밀리룸은 12만원 선이다. 방이 꽉 찰 경우 하루 숙박비로 6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 월간 손익분기점은 객실 점유율 25%로 현재는 시기에 따라 200만~300만원의 순수익을 내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일종인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은 도시지역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가정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2012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일반 숙박업과 달리 위생관련 법규를 적용받지 않는다. △230㎡ 이하 규모 △외국인 대상 △운영자 직접거주 등 3가지만 지키면 된다.

불법 게스트하우스 성행… 중국 자본까지 침투

그런데도 불법 영업 행위는 늘어만 가고 있다. 마포구의 경우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업이 총 167곳인데, 불법으로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를 합치면 그 수는 250곳이 넘을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김씨는 “불법 게스트하우스가 외국인 손님만 받을 수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손님을 받고 있다”며 “결국 값싼 숙소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얘기처럼 최근 불법 게스트하우스가 크게 증가했다. 규정상 게스트하우스로 이용할 수 없는 오피스텔·원룸 등을 월세로 얻어 중화권 관광객들에게 재임대하는 경우도 많다. 인근 오피스텔이나 원룸(보증금 1000만원·월세 60~65만원)을 얻은 뒤 관광객에게 7만~8만원을 받고 방을 대여해주는 식이다. 관리비를 제하면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엔 중국 자본이 단독주택을 사들여 ‘씨트립 닷컴’ 등 중국 내 여행 사이트를 통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연남동 P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 중국인이 산 단독주택이 있는데, 이후 여행 가방을 든 외국인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다”며 “지금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공공연히 찾아오는 숙박업소가 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법 제정과 단속이 불법 게스트하우스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승겸 아이스테이 컨설팅 대표는 “인터넷에 홍보만 하면 일정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점을 이용, 불법으로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가 적지 않다”며 “관련 법 개정과 함께 단속에 대한 강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 개정에도 엇박자 여전…“현실적 법제화 서둘러야”

그래도 한국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은 아직까지 그리 나쁜 편은 아닌 듯하다. 대화 말미에 크리스와 가간딥은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는 다른 나라 숙박시설에 비해 깨끗하고 저렴한 편”이라는 데 동의했다.

정부도 불법이 되고 있는 부분을 합법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9일 개정한 관광진흥법 시행령에서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내 ‘마을기업’에 속한 게스트하우스에 한해 내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허용했다. 낙후된 도시재생지역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내국인 방문으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기업으로 지정되기가 쉽지 않아 효과는 크지 않다. 문체부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법 자체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첫 걸음마 단계”라며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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