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 전의 구제역 악몽 잊었는가

  • 등록 2015-01-07 오전 6:00:01

    수정 2015-01-07 오전 6:00:01

경기 안성과 용인에서까지 구제역이 확진되면서 방역 비상이 걸렸다. 인접지역인 이천에 이어 불과 일주일 만에 수도권에서 다시 발생했을 뿐 아니라 지난달 충북 진천에서 첫 발생한 이후 돼지로 국한됐던 구제역이 마침내 소에게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축산업계를 초토화했던 4년 전 악몽의 재연이 우려된다. 2010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전국 6240여곳에서 소와 돼지 350만 마리가 살처분됐던 처첨한 기억이 생생하다.

호들갑 떨 단계는 아니라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지만, 솔직히 그런 판단 자체가 미덥지 않다. 백신에 의한 항체 형성률이 올라가고 있어 지난번처럼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이미 충북·충남·경기·경북 등의 35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첫 한 달 동안의 발생건수가 4년 전 840건의 4%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 강조할 것은 아니다.

축산농가들의 불안감을 과민반응으로 몰아세워서도 곤란하다. 농식품부가 구제역 위기 경보 단계를 격상하지 않고 당분간 현행의 ‘경계’ 상태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대비책만큼은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 도축장의 일제 소독과 가축류 이동중지, 농가주변 이동제한 초소 증설 등 각각의 조치에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청정국 지위까지 포기하면서 도입한 구제역 예방백신접종제도가 축산농가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책이 요구된다. 충북 괴산에서는 백신 미접종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농가가 30%에 달했고, 기업형 농가에서는 접종률이 10%대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제조회사별로 품질이 다르고 접종기술이 까다로운 데다 백신 스트레스로 가축이 잘 자라지 않고 육질이 떨어진다는 불평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축산농가들도 4년 전의 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1차적인 예방책임은 축산농가에 있기 때문이다. 자칫 예방대책에 구멍이 뚫린다면 줄줄이 집단 매몰당하며 울부짖던 가축떼의 처참한 모습을 다시 바라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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