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윤대 "환영 받으면서 우리금융 합병하고 싶다"

"중복점포 해결안 마련..합병 후 구조조정 없다"
"타이밍은 안좋아..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
  • 등록 2012-07-13 오전 6:00:00

    수정 2012-07-13 오전 8:32:44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은 이왕이면 모든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하고 싶습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 2년간 내부 체질개선에 이어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지만 마음 먹은 대로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2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의 국민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어 회장은 우리금융과 합병할 경우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청와대도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고 보는 것 같다”며 오는 27일 우리금융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을 앞두고 막판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실 어 회장은 우리금융과는 인연이 깊다. 지난 2001~2003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장 시절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우리금융 민영화의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금융 민영화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중요하다”며 당위론을 설파한다. “KB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상 우리금융과의 합병은 충분한 시너지가 있다. 5조원 정도 자체 조달할 수 있어 자금력도 문제 없다”며 우리금융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특히 “우리금융 인수 후에도 중복점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정리해고는 없다”며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해법도 마련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큰 일을 하는데 악을 쓰면서까지 할 생각은 없다”며 “사외이사들과 신중히 논의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시즌에 정치권과 노조의 반발 등 비 우호적인 환경속에서 절대 무리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 취임 2년을 맞이한 소감은.

▲가장 큰 변화는 지주사 체제가 안정됐고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동네아줌마가 사랑하는 은행에서 역동하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은행으로 이미지의 탈바꿈을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정책된 것 같다. 가계금융 중심에서 기업금융에도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는 등 수익구조도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주주와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취임 초 KB를 ‘비만증 환자’에 비유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는가.

▲취임 초 3000명이 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지만 아직 멀었다. 앞으로는 인위적 감원 대신 업무상 유휴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인력재비치에 나설 예정이다. 민병덕 행장은 상시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난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더 우선이 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할 의향은.

▲우리금융과 합치면 지점이 2000개가 넘는데 중복점포가 많고 노조의 반발도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복점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마련해두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절대 없다. 문제는 정치적인 이슈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하필 왜 지금이냐고 질타하고 있고 청와대도 타이밍이 안좋다며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일단 금융당국은 KB를 위해 최대한 장을 마련해 주려는 분위기지만 KB입장에선 어려움이 적지 않다. 좋은 일을 하는 건데 이왕이면 환영받으면서 하고 싶지 악을 쓰면서까지 추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금융과의 합병 시너지는.

▲증권과 커머셜뱅킹 부분에서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은행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은 주거래 대기업이 13개나 되는 등 기업금융쪽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잘 구축돼 있어 국민은행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ING생명 입찰에도 참여 중인데 자금 문제는 없나.

▲ING생명은 16일 매각 본입찰에 들어간다. AIA 등 외국계 경쟁사들보다 불리하다.사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은데 적정가격 이상을 주고는 살 수 없는 게 아닌가. 자금은 문제 되지 않는다. 현금과 차입 등을 합치면 5조원 정도 자체조달 가능하다. 마음 같아선 ING생명과 우리금융 둘 다 인수하고 싶다.

-금융지주사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데 KB만의 혁신전략은.

▲금융지주사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산업은행이 다이렉트뱅킹으로 소매금융의 최강자 KB와 경쟁하고, 거꾸로 KB는 대기업 부문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금융상품도 엇비슷하다. 이제는 창조적 생각과 경영관리, 직원들의 서비스 정신 등에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 KB는 목표가 주어지면 빨리 실행해 옮길 수 있는 힘이 있다. 여기에 올바른 정책만 입혀진다면 분명히 시너지는 커질 수 있다.

-저축은행 추가 인수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작년에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해 만든 ‘KB저축은행’도 지금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추가 인수 해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점만 많아진다고 규모의 경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당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수해 달라고 요청한 적 없다.

-현 정부의경제운용 성과에 점수를 매긴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3%를 이끌고 가는 나라는 많지 않다. 브랜드 파워가 커졌다.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잇따라 성사시키는 등 국제무역에서 가장 폐쇄적이었던 나라가 가장 개방적인 나라로 변모했다. 다만 일은 잘했지만 소통에 문제가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

-연임에 대한 생각은. 어떤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외국과 비교하면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의 임기(3년)는 너무 짧다. 앞으로는 신한과 하나금융 처럼 KB도 지배구조 측면에서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경영진이 올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혼란스런 상황을 바꿔나가고 싶다. 나는 사심없이 일한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을 뿐이다.

◆어윤대 회장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국제금융 전문가’로 불린다. 1945년 경남 진해 출신으로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대에서 국제금융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공적자금관리위원, 국제금융센터 초대 소장, FTA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2003~2006년 고대 총장 시절엔 3500억원이 넘는 발전기금을 모아 대학가에 기금모집 선풍을 일으켰다. 현 정부들어 2008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2010년 7월 KB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대담 = 송길호 금융부장

정리 = 이현정기자 hj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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