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의 계획은 은행과 보험사, 연기금 등 기존의 채권투자기관들과 함께 펀드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산금채 2조원을 발행에 자금을 보탠다. 정부가 산업은행에 1조원을 증자하며, 민영화 일정을 늦추는 대신 `채권안정펀드`라는 작품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처럼 채권안정펀드의 목표는 채권시장 안정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채권투자를 많이 하는 은행, 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들의 팔목을 비틀어서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사줄 수 있는 펀드를 만든 것이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거나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의 계획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관리하는 기관이 채권투자 규모를 늘리는 정도 외에는 회사채 시장에 추가로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금융위 계획대로라면 산업은행이 투입하는 2조원도 은행채 시장을 통해 조달된다.
일관성도 없고, 방향성도 없는 정책에 대해 시장은 가격 변동을 통해 의사 표시를 분명히 했다.
금융위는 이전에 했던 방법을 답습하는 듯하다. 은행채 매입 등 시중 유동성과 관련된 사안을 다뤘던 방식이다. 언론을 통해 계획을 흘리고, 이에 대한 시장의 반향이 일으키고, 결국에는 한국은행 등이 그 계획을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한은이 결국은 채안펀드에 참여하던지, 그도 아니면 새로 발행하는 산금채를 매입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는 힘 안들이고 정책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시장의 반란`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어설픈 계획을 급조해서 한 건 하려고 한다"는 비난도 빗발쳤다. 결과적으로 채권시장에서 정책에 대한 불신은 더 깊어지게 됐다.
(이 기사는 13일 오전 9시13분에 이데일리 유료 서비스인 `마켓 프리미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