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저 요리사 꿈꾸는 흑수저" 미슐랭 레스토랑 '패기·끈기'로 뚫은 비결

미슐랭 레스토랑 ‘쥬에’ 막내 조리사 신국성 씨 인터뷰
12살에 중국서 한국으로…쉽지 않던 타국 생활
CJ나눔재단 프로그램 도움으로 ‘요리’ 꿈 키워
“받은 도움 요리사로 다시 사회에 돌려 주고파”
  • 등록 2024-09-23 오전 7:05:00

    수정 2024-09-23 오전 7:05:00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열두살이던 지난 2012년. 어려운 경제사정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왔다. 글부터 문화까지 적응이 만만치 않았다. 어릴 때부터 돈을 빨리 벌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TV에 나온 최현석 셰프를 보고 요리사의 꿈을 품었다. 힘들어도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찜닭집 등 식당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대학까지 마쳤다. 학교 밖은 더 쉽지 않았다. 이때 이정표가 된 것이 CJ나눔재단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꿈키움 아카데미’였다. 이곳에서 강건우 셰프를 만나면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쥬에’의 막내 조리사 신국성 씨. 지난 19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다문화가정 출신 재외동포 신국성(24) 씨의 이야기다. 신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CJ제일제당(097950)이 운영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쥬에’에서 조리사로 근무 중이다. 이곳은 광동요리 전문 강 셰프가 헤드 셰프로 있는 곳으로 미슐랭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씨는 “주방의 막내로 매일 열심히 수련 중”이라며 “하루하루 보람차게 생활하고 있다”고 웃음을 띄었다.

신씨는 재미있고 보람된 일이라면 어떻게든 끝을 보는 강한 추진력을 가졌다. 꿈을 잃지 않고 키워올 수 있던 원동력이다. 이런 적성을 발견한 것은 학창시절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접한 CJ나눔재단의 역할이 컸다. 중학생일 때 CJ ‘꿈키움 창의학교’(현 청소년 문화동아리)의 프로그램을 통해 동경하던 요리의 재미를 느꼈다. 신씨는 ‘“레이먼 킴’ 등 초빙 셰프들이 와서 광어 손질 실습 등을 진행했는데 지금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가 대학 졸업 후 쥬에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도 다시 찾은 CJ나눔재단 덕분이었다. CJ나눔재단 꿈키움 아카데미는 만 18~34세 취약계층 청년 대상으로 전문 직업 교육과 CJ그룹 계열사 등 취업 연계를 제공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요리, 베이커리, 서비스매니저 분야가 있다. 신씨는 대학 졸업 후 서울관광고 은사님을 찾았다가 꿈키움 아카데미를 권유받았다. 신씨는 4개월 간 꿈키움 아카데미에서 조리와 식재료 손질·보관법 등 실무 현장 교육을 받았다.

인연은 운명처럼 찾아온다. 이때 신씨는 강연차 방문했던 강 셰프의 눈에 들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취업한 첫 수료생이 됐다. 신씨는 “평소 중식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 했는데 양정수 CJ꿈키움 아카데미 원장께서 강 셰프를 초빙해줬다”며 “강 셰프에게 내 꿈을 이야기 했더니 ‘막내 자리가 남는데 일해볼 생각이 있냐’고 했다. 가슴이 벅찼다”고 떠올렸다.

신씨는 현재 쥬에 주방에서 파이팅이 넘치는 막내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밀려든 예약 손님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신 씨는 “처음 입사했을 때 강 셰프가 직접 ‘짜사이’를 무치고 보관하는 법을 알려줬다”며 “최근에는 불판 담당 선배에게 ‘웍질’도 어깨너머로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소박하더라도 작은 식당을 열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게 목표다. 요리사는 사람의 오감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눈으로 보이는 음식의 모습부터 그 향과 맛까지 요리하는 소리부터 집기의 촉감도 있다.

신씨는 “실력을 쌓아서 쥬에에서 딤섬 당당 셰프를 하고 싶다”며 “더 먼 미래에는 작은 가게를 열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전해주고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돕는 그런 어른이 될 것”이라고 환히 웃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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