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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날(9일)까지 민생회의는 물론 현장 시찰, 병원 방문 등 꾸준히 외부 활동을 했던 윤 대통령은 선거 당일인 10일에는 아무런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신 용산 한남동 관저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개표 방송을 시청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 5일 각각 부산과 용산에서 사전투표를 진행했다.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선거인 만큼 대통령실 참모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며 차분한 분위기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하지만 출구 조사 결과가 여당인 국민의힘의 참패로 나오면서,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 붙었다.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늘 여소야대의 어려움을 호소해 온 윤 대통령은 선거 승리가 간절했다. 지난 2월 방송된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해외의 경우 (야당의) 견제가 지나쳐서 일을 못 하게 한다면 여당에 힘을 조금 더 실어주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정부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지만 국익과 국민의 이익에 대해, 정부 일에 대해 기본적으로 협조하면서 견제하는 국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었다.
3대 개혁 비롯 국정과제 추진에 제동
이번 선거 패배로, 윤 대통령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회 협조가 필요한 핵심 국정과제들을 처리하기가 어렵게 됐다. 윤 대통령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개혁은 물론, 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진행 중인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국정 쇄신을 위해 대통령실 참모진을 포함한 각 부처를 대상으로 대폭 인사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큰데, 인사 검증과 청문회 등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할 국정 공백도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열린 민생토론회 경제분야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담은 법안들은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22대 국회가 구성되면 바로 제출하고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다수가 된 야당이 입법을 막아선다면 후속조치에 제동이 걸릴 게 뻔하다. 이외에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각종 감세 정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신규 원전 건설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 중인 정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결국 그간 야권 주도로 양곡관리법·간호법 등 법안들을 단독 의결하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섰던 지리멸렬한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으로선 국회 입법이 막히면서 제약이 걸리고, 결국 국정동력을 상실하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