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에 나토 공격 권유" 후폭풍…美·유럽서 비판 쏟아져

나토 사무총장 "美·유럽 안보 훼손…더큰 위험 빠뜨려"
바이든 "나토, 美국민 보호에 중요…무모·끔찍한 발언"
EU 지도자들도 비판 잇따라…"美 의존 안돼" 목소리도
BBC "우크라 반격 실패후 위험한 시기에 위험한 발언"
  • 등록 2024-02-12 오전 9:17:48

    수정 2024-02-12 오전 9:17:4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를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대해선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기겠다(encourage)고 밝힌 것과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 주요 서방 지도자들이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11일(현지시간) BBC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하는 것은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대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에는 (회원국들이) 단합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미국이 강력하고 헌신적인 나토 동맹국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미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목표액인 국내총생산(GDP)의 2%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들은 돕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대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일화를 소개하며 “큰 국가의 대통령 중 한명이 ‘러시아가 나토를 침략하면 우리가 돈(방위비)을 내지 않더라도 미국이 우리나라를 방어할 것인가’라고 나에게 물었고, 난 ‘당신이 돈을 내지 않았다면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도록 부추기겠다. 돈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나토 규정에 위배되는 것인 데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미국과 유럽 간 집단 안보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미국 내부적으로는 물론 유럽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국에 대한 지원은 미국 국민을 이곳 본토에서 안전하게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 통수권자로서의 직무는 (대통령의) 궁극적인 책임이며 대통령직을 맡는 사람들은 이 책임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는 것일 뿐이다. 세계에 더 많은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럽연합(EU)이 시급히 전략적 자율성을 더 발전시키고 국방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그(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부각됐다”고 덧붙였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에 들었던 얘기다.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그는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 명’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2020년에 나눈 대화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 대선에 의존해 우리 안보를 두고 4년마다 동전 던지기를 할 순 없다. 유럽 지도자들은 국방비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2023년 나토가 자체 집계한 바에 따르면, 30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 노르웨이, 프랑스 등 19개국은 연간 GDP의 2% 방위비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를 충족하는 곳은 현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벨라루스 인접국들, 루마니아, 헝가리, 핀란드, 발트해 연안 국가인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이다. 이들 국가는 2.3~2.7%의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연간 GDP의 3.9% 이상을 방위비로 내 유일하게 미국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BBC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여름 대반격에 실패하고 위태로운 시기를 맞은 상황에서 나토를 비롯한 서방 세계를 향한 위험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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