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근 서울교통공사 홍보실장] 서울지하철에는 돈을 내고 타는 승객보다 돈을 내지 않고 타는 승객이 더 많은 역이 두 군데 있다. 1호선 제기동역과 동묘앞역이다. 홍대입구역이 젊은이들의 놀이터라면 제기동역과 동묘앞역은 노인들의 핫플레이스다.
제기동역은 서울에 있는 전통시장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경동시장과 국내 최대 한약재 집산지인 서울약령시가 인근에 자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 콜라텍 등 문화공간이 곳곳에 생겨나며 노인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동묘앞역은 스트릿 패션의 성지다. 3번 출구로 나가면 저렴한 가격의 구제 옷들로 빼곡한 시장을 지나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황학동 도깨비시장까지 느긋한 발걸음이 이어진다. 평일 낮에도 이 일대는 ‘보물찾기’를 하거나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노인들로 늘 북적인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임박함에 따라 서울지하철에서 경로 무임승차의 혜택을 받는 노인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1억7077만명에서 2022년 1억9665만명, 2023년 2억2113만명으로 최근 3년 간 30%나 증가했다. 이런 속도라면 2030년에는 승객 3명 중 1명이 요금을 내지 않고 탈 것으로 전망된다. 제기동역과 동묘앞역처럼 유임승차자보다 무임승차자가 많은 역이 더 늘어날 거라는 얘기다.
문제는 돈이다. 누가 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2005년부터 시작됐지만, 20년이 흐르도록 헛바퀴만 돌고 있다. 노인의 교통복지라는 이익은 분명한데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노인빈곤율 해소에 단비가 될 일자리 예산을 대폭 증액하면서도 노인의 여가활동 촉진, 우울증 감소 등 사회경제적 편익이 검증된 경로 무임승차 제도의 위기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는 아쉽다. 올해 하반기 서울지하철의 요금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존폐 논쟁이 또다시 달궈지고 있다. 노년의 일상에 자유로운 두 발이 돼 준 이 매력적인 티켓이 폭탄 돌리기의 폭탄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