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증시 급등의 가장 큰 이유로 공매도 전면 금지 단행을 손꼽는다. 실제로 공매도가 몰린 2차전지주가 이날 무더기 상한가에 오르며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고금리가 한풀 꺾이고 고용 과열이 완화한 미국발 훈풍에 공매도 전면 금지 효과가 더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공매도 전면 금지에 따른 상승세는 단기적인 이벤트에 그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이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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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2전지주다.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9만1500원(22.76%) 오른 49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시가총액 상위 6위인 POSCO홀딩스(005490)도 19.18%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12위와 47위인 포스코퓨처엠(003670)과 금양(001570)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마감했다.
게다가 외국인도 전방위적인 순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7111억원, 코스닥에서 4702억원을 담았다. 선물도 6035억원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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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오름세가 크다 해도 공매도 금지가 지수 상승으로 꾸준히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이 숏커버링에 나서며 매수 우위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투명성 저해’ 관점에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서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떨어지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기존 공매도 잔고는 연초 이후에 이미 많이 쌓인 상황이기에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2∼3주 정도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 한국 주식시장은 세 번의 공매도 금지조치를 내린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했던 2008년 10월~2009년 5월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 2011년 8~11월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3월~2021년 4월까지다. 공매도 금지조치 시작부터 끝까지 주가 등락률을 살펴보면 2008년에는 코스피가 3% 하락했고 2011년에는 6%, 20년에는 78% 올랐다. 세 차례의 방향은 엇갈리는 셈이다. 게다가 2020년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공매도 금지보다는 코로나19 이후 부양책에 따른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공매도 전면 금지 시기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시장 및 실물 경제 급락에 대응해 글로벌 중앙은행,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던 시기”라며 “반등을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상승세 역시 글로벌 경제의 훈풍이 합쳐진 것이란 판단이 나온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5만개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개)를 밑돌았다. 고용이 생각보다 부진하면서 미국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금리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에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도 고개를 숙이며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10원 내리며 1297.30원에 마감했다. 3개월 만의 1300원선 붕괴다. 이에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2.3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91%씩 각각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했다고 보기는 이른 측면이 있다”며 “그간 낙폭이 컸던 종목은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전체에 대한 호재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