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능력 고려 않고 돈 빌려준 은행 셋[현장에서]

  • 등록 2023-10-24 오전 5:36:20

    수정 2023-10-24 오전 7:34:12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지난 8월까지 은행권이 60대 이상에 취급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60%가 기업은행(024110)과 농협은행, 수협은행 등 3곳에서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14개 은행은 8월16일까지 60대 이상에 50년 만기 주담대를 총 6500억원 판매했다. 이중 농협은행이 약 2100억원, 수협은행 1200억원, 기업은행 610억원으로, 이들 3곳에서 3900억원이 취급됐다. 3개 은행의 취급액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2.7배에 달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를 고령층에 취급한 것이 적절했느냐에 대해 취급액이 가장 많은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반응부터 내놨다. 농협은행은 주고객층이 고령층이어서, 수협은행은 타행과 달리 1월 중순부터 판매해 취급액이 많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 등 가계부채 규제를 준수했다고 했다.

은행들 항변처럼 규제는 모두 지켰을지언정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를 얼마나 꼼꼼히 했을지 의문이다. 이들 은행 중엔 “어차피 주담대는 보통 10년 내외 기간에 모두 갚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통계에 기반한 답변이지만, 반대로 상환능력 심사보다 통계에 기대 수익확보에 치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금융시장에서 통계는 힘을 잃을 수 있다. 10년 내에 어차피 상환될 거라면 만기를 100년, 200년으로 한없이 늘려도 괜찮은 것인지 되묻고 싶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하는 취지였다”고 답변했다. 지난 11일 국정감사장의 김주현 금융위원장 말을 빌리자면 기업은행은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우려를 조금이라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이들 은행이 60대 이상에 취급한 3900억원은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모두 부실화돼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출을 취급하는 행태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차주가 제 소득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돈을 빌려주는 것을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이라고 정의한다. 은행은 담보물 회수를 통해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 차주의 상환능력은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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