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樂카페]다시 부는 일본음악 열풍

  • 등록 2023-07-24 오전 6:30:00

    수정 2023-07-24 오전 6:30:00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사진=이데일리DB)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하나의 음악 흐름, 이를테면 장르 그것도 세계적인 장르로 올라선 K팝은 솔직히 용어가 창의적이지는 않다. 일본의 대중음악이 세계화를 욕망하며 착용한 용어인 J팝을 변용, 응용한 것이다. 아이돌이란 어휘도 10대의 우상 ‘틴 아이돌’이란 말처럼 영어권 국가에서 1970년대까지는 즐겨 썼으나 이후에는 일본에서 젊은 층의 인기가수라는 의미로 사실상 전용해왔다. 그 영향이 국내에 미치면서 ‘K팝 인기가수=아이돌’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됐다.

과거 1990년대 엑스 재팬, 아무로 나미에 그리고 이후 하마사키 아유미, 우타다 히카루, 아라시 등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도 J팝 스타들의 인기는 엄청났다. 웬만한 국내 톱 가수를 넘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J팝은 눈에 띄게 기세가 꺾였다. 누가 봐도 K팝에 밀리기 시작했다.

K팝은 빼어난 재능을 지닌 가수들의 잇단 등장 그리고 일본의 것보다 활발하고 자유롭게 무대와 음악에 있어 상상적 요소를 반영하면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성공의 깃발을 휘날렸다. 2010년대는 싸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로 축약할 수 있듯 K팝의 것이었다. 이 시기에 J팝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음원 유통방식 전환에 대한 일본의 보수적인 대처로 음악계가 정체되었고 게다가 일본제품 불매운동인 ‘노 재팬’으로 한국에서의 흡수력은 대거 후퇴했다.

최근 양상이 달라졌다. 화제의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가인 요아소비의 곡 ‘아이돌’(idol)이 놀랍게도 7월 첫 주 유튜브 한국 인기곡 차트에서 아이브, (여자)아이들, 르세라핌, 에스파의 노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개월 전부터 국내 음원차트에 등장하며 주목을 받아온 이마세라는 싱어송라이터의 곡 ‘나이트 댄서’(NIGHT DANCER)도 여전히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100위권 내에 일본 가수들의 노래가 꽤나 많이 포진해 있다. 전에 없었던 일이다.

그간 시선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새로워서인지 몰라도 한국에서 일본 대중문화 소생의 기미는 뚜렷하다. 올봄 수백만 관객을 불러들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도 그렇지만 문화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J-웨이브’(J-Wave), ‘일류’(日流)가 돌아왔다는 말이 퍼져 있다. 일본 노래의 재도약은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기여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최근 경향인 ‘숏 폼’의 영향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것 앞에 담과 벽이 있을 리 없다. 국경의 의미는 사라지고 개인의 취향에 의해 기호의 흐름이 결정되는 게 지금의 문화 흐름이다.

이 대목에서 상기한 이마세나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라는 노래로 떠오른 아이묭 등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이 국내에서 호응을 얻는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아이돌은 아직 K팝 아이돌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하지만 개성과 실력이 강조되는 싱어송라이터 시장은 강한 면모를 드러낸다. 말하자면 행여나 일본 음악의 최근 상승세가 K팝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 K팝에 질린 사람들이 모인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딱 들으면 알 만큼 우리의 K팝이 ‘정형화’돼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에 비해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음악은 우리에게 부재한 형식적 다양성을 지니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개성과 실력의 구현 가능성이 높다. 대중음악에 가장 중요한 다양성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 K팝이 유리할 것은 없다. 화려한 퍼포먼스는 단기에 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가의 보도라 할 음악예술성이 위력을 발휘한다. 예술적으로 좋아야 음악은, 장르는 살아남는다. J팝의 도약 속에서 K팝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예술적 인격’을 확보해야 한다. 빤한 스타일을 해체하고 현실에 맞게 다채로운 스타일을 모색하는 ‘장르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롱런의 기틀인 다양화를 위해 K팝은 다시 한 번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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