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Love is sharing a password.”(사랑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
2017년 3월 11일 넷플릭스가 공식계정 트위터에 올린 한 문장이다. 2023년 이 문장을 본 세계 이용자들의 심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럴 것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넷플릭스가 공유계정에 과금을 부과하겠다고 알리며 남미 일부 국가에 도입한 계정 공유 요금제가 1분기 말부터 다른 국가에서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요금제야 기업의 자율적인 권한이지만, 넷플릭스의 이같은 방침에 유독 비판이 거센 것은 그간 넷플릭스가 취해 온 기조 때문일 것이다. 넷플릭스가 이용자를 확대하기 위해 계정공유를 권장하며 1인당 비용 부담 감소를 강조할 때는 언제고 성장세가 한계에 부닥치자 이를 막아 수익성을 높이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명분으로 ‘사랑’을 내세웠던 만큼, 그 명분이 소비자에게 ‘배신감’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닐까.
상처받은 소비자의 마음을 그나마 다독이는 방법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의 요금제는 높은 화질과 동시접속 가능한 인원이 연계돼 있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광고형 베이식(5500원)과 베이식(9500원)은 화질도 가장 낮고 동시접속 인원도 1명이다. 반면 4K+HDR 화질을 보려면 동시접속 인원이 4명인 프리미엄 요금제(1만 7000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간은 계정 공유가 가능했기 때문에 이같은 연계에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가 더이상 사랑을 아니라고 선언한다면 혼자 쓰더라도 고화질 시청을 원하는 이를 위한 새로운 요금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TV로 보는 이용자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고화질로 OTT를 시청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인 가구 역시 2021년 33.4%로, 3집 중 1집이 1인 가구일 정도다. 공유가 더는 ‘사랑’은 아니더라도, ‘죄’는 되지 않도록 넷플릭스가 책임 있는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