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자 급여율도 인상…“유동성 관리 중요”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일찌감치 ‘북 클로징(회계장부 마감)’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한 해 투자를 평소보다 빠르게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더불어 국내 자본시장 큰손들은 내년 기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안은 물론, 투자 전략과 목표 수익률, 자산 배분안 등 계획안을 수립해나가고 있다. 계획안이 완성되면 이사회 등 의결기구와 상위 부처 승인 등을 거쳐 올해 안으로 확정된다.
올해 기관투자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긴축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시경제 변수가 동시에 겹치면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일에 매진했다. A공제회 관계자는 “공제회는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이자액이 있어 올해처럼 시장이 흔들리고 불안 요소가 많을수록 금융 시장 전반을 관망하는 것이 최선의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B공제회 관계자는 “최근 내년 자산 배분안이나 투자 전략과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올해 주식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이례적인 일까지 발생한 만큼 내년 1분기까지 금리 인상 사이클을 살펴보며 시장 상황에 침착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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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이어지던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큰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대체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어 꾸준히 비중을 늘려왔는데, 금리 인상으로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자 이에 맞춰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최근 사학연금은 해외자산을 매각해 환차익을 실현하고 금리가 급등한 국내 채권을 저가 매수하겠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안(2023~2027년)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사학연금의 국내채권 목표 비중은 29.6%이며, 내년에는 이보다 4%포인트 내외로 늘려 목표 비중이 34%가 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기준 사학연금의 전체 금융자산이 약 23조5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8800~9200억원 규모의 금액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학연금이 국내채권 투자비중을 확대하기로 하자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행보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마다 연기금 몸집이 불어나면서 국내채권 비중이 줄어들어도 투자잔액 규모는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비중을 살펴보면 △2017년 289조4010억원(46.6%) △2018년 310조9930억원(48.7%) △2019년 320조7510억원(43.6%) △2020년 326조990억원(39.1%) △2021년 339조9910억원(35.9%) △2022년 9월 303조1510억원(33.9%) 등이다.
공무원연금 또한 예상 목표 수익률에 따라 전술적으로 투자 비중 조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채권 비중이 2조9032억원이었는데, 올해는 금리 인상에 따라 평가손실금액이 증가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규모를 줄여 내년에 이를 만회하는 수준으로 해외채권 위주로 비중을 확대할 전망이다.
C공제회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체투자를 강조하는 기조는 변함이 없겠지만, 지금은 전통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다”며 “대체로 기관들이 대체투자에 쏠려 있는데, 기관 특성에 알맞게 자산을 분산하며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