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일단 이번은 넘어가지만'…한샘 대주단의 복잡한 속내

한샘 실적악화·주가 침체 이중고 직면
3분기 영업손실 162억…예상치 하회
위기 속 대주단 ''재무약정 유예'' 가닥
실적 반등이 관건…대주단 압박 강도↑
  • 등록 2022-11-23 오전 8:00:00

    수정 2022-11-23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새 주인으로 맞은 한샘(009240)이 실적 악화와 주가 침체라는 ‘이중고’에 봉착했다. 벌써부터 기한이익상실(Events of default·EOD)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8550억원을 투자한 대주단은 ‘일단 지켜보자’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1년 만에 위기에 직면했지만, 반등 가능성과 향후 계획을 어필한 운용사 측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에 칼바람이 불면서 한샘의 실적 반등이 언제쯤 현실화할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자칫 미샤 운영사인 에이블씨엔씨(078520) 사태를 재현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대주단의 마음도 복잡해지고 있다.

한샘이 실적 악화와 주가 침체라는 ‘이중고’에 봉착했다. 기한이익상실(Events of default·EOD)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8550억원을 투자한 대주단은 ‘일단 지켜보자’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 플래그샵 부산 센텀점 전경(사진=한샘)
주가 침체·마뜩잖은 3분기 실적 어쩌나

22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한샘 대주단은 최근 한샘의 3분기 실적을 전달받았다. 이후 공시를 통해 공개된 한샘의 3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밑돌았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한 4773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6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62억원 영업익 손실을 기록한 이후 3분기 만에 마이너스 실적을 받아든 것이다. 지난해 3분기 226억원의 영업익을 떠올리면 362억원 가까운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한샘 대주단이 조기에 EOD를 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EOD는 투자자들이 운용사에 빌려준 자금을 만기 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크게 꺾인 나머지 원금상환조차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실행할 수 있다.

한샘 인수를 진행한 IMM PE는 총 1조4500억원의 인수 비용 가운데 8550억원을 대주단을 모집한 뒤 인수금융 형태로 빌렸다. 당시 IMM PE는 한샘 대주단과 선순위 대출(6200억원) 기준 담보대출비율(LTV)이 75%를 넘기지 않는 조건으로 재무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준을 초과하면 한샘은 페널티(연 1% 이상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LTV가 85%를 넘을 경우에는 자금을 조기에 돌려받는 EOD 조항도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이날 4만3700원에 장을 마쳤다. 인수 당시 IMM PE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쳐 주당 22만1000원에 한샘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와 비교해 주가가 5분의 1토막이 나면서 앞서 제시한 LTV 비율 데드라인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이데일리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대주단은 EOD 선언 대신 재무약정 웨이버(의무면제)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의 밸류에이션 급락에 책임을 묻고 투자금을 빼기 대신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재무약정 웨이버 가닥…문제는 지금부터

이유는 크게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일단 5년으로 알려진 약정 기한이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실적이 반등한다면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본연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와는 별개로 대내외 악재로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 대한 공감도 더해졌다.

운용사가 주가 부양과 실적 개선을 적극 어필했다는 점도 지켜볼 대목이다. 최근 들어 한샘 사옥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이나 밸류업(가치 상향) 차원의 인수합병(M&A)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점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지금 EOD를 선언하더라도 손에 쥘 수 있는 실효적인 소득이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주가나 실적이 인수 이후 크게 빠지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달리 없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며 “지금으로선 웨이버가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한샘이 영위하는 인테리어·홈 리모델링 사업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손바뀜이 활발해지고, 내집 마련 수요가 받쳐줘야 한샘 매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일반 부동산과는 성격이 다르다지만, 주춤해진 분위기에서 사옥 매각이 제값에 이뤄질 지에 대한 염려도 있다.

증권가도 이러한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한샘 리포트에서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매출) 회복을 가늠하기 막연한 상태”라며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까진 기다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처 실적이 빠진다는 것을 차분하게 보는 투자자는 한 곳도 없을 것이다”며 “자칫 우려하는 상황이 장기화한다고 봤을 때는 대주단에서도 지금과는 다른 입장을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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