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학자금 대출 갚느라 생활비가 부족해 대출 알아보고 있어요.”
2년간의 준비 끝에 올해 초 취업에 성공한 이민영(가명)씨는 요즘 생활비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월 22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며 학자금 대출과 취업준비 과정에서 받은 생활비 대출금을 갚고 나면 생활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대출금을 갚는데 들어가는 금액만 월 120만원으로 월세 등 생활비를 고려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 서울 시내의 한 대학 캠퍼스 모습.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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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대출에 고통받는 청년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통계포털 등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취업 후 학자금 상환 대출 체납건수는 3만9345건, 체납액은 481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7년 체납건수 1만2935건, 체납액 145억원에 비해 약 3배 폭증한 것이다.
실제로 청년들은 계속되는 경제침체로 인한 취업난과 높아지는 물가에 학자금 대출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1년 6개월만에 취업에 성공한 김모(29)씨는 “나름 열심히 공부해 공공기관에 들어갔는데 초과근무까지 해서 월 24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며 “학자금 대출만 1500만원인데 언제 돈 모아서 언제 결혼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모(32)씨는 “취업 후 3년 정도 일했는데 아직 절반도 못 갚았다”며 “언제 이 돈을 다 갚을지 상상이 안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위해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투잡’을 뛰는 이들도 있었다. 주말과 휴일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1년째 하고 있는 김모(31)씨는 “학자금 대출로 출발점 자체가 뒤처진 기분이라 남들 쉴 때 같이 쉬면 따라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 월세 보증금을 모을 정도까지는 배달 일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버거운 청년들은 최후 수단으로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개인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신복위 채무조정제도는 연체기간이 90일 이상인 채무자를 대상으로 이자채권 전액과 원금감면을 최대 70%까지 해주는 제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신복위로부터 제출받은 ‘채무조정 신청 현황’에 따르면 20·30대는 올해 상반기에만 2만1694건을 신청, 지난해 상반기(1만9294건)보다 11.1%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장학재단은 2023학년도 1학기 학자금대출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김영호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답변에는 “내년 1학기 학자금대출 금리 결정 시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추이·물가상승률 등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고려할 것”이라며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거나 기준금리 인상 폭을 고려한 대출금리 설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대학생 학자금 대출금리는 1.7%로 지난해 1학기 1.85%에서 0.15%포인트 인하한 뒤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