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人] ‘마약과의 전쟁’ 3년차…“한 놈 잡으려 두 달 따라붙기도”

인천경찰청 마약수사계 3팀 인터뷰
‘극한직업’처럼…잠복부터 미행, 위장 다반사
“마약 사범 찾아와 ‘감사하다’ 인사…보람 느껴”
“치료과 교육 필요…처벌 능사 아냐”
  • 등록 2022-08-24 오전 6:00:00

    수정 2022-08-24 오전 6:00:00

[인천=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얼굴은 안 나오게 사진 찍어주시겠습니까.”

지난 18일 만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 최수성 경감과 최정빈 경사는 정중하게 요구했다. 얼굴이 알려지면 잠복과 미행 등 마약 사범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얼굴이 알려지면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수사 걱정부터 했다.

지난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근의 한 모처에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 최수성 경감(왼쪽)과 최정빈 경사(오른쪽)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마약 수사 엿보니…잠복과 미행의 연속

최 경감과 최 경사는 마약 수사 3년 동안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마약 수사 특성상 잠복·미행· 위장이 많아서다. 최 경감은 “집에 못 들어가는 날도 다반사”라며 “가족들도 이제 그러려니 한다”고 웃었다.

1600만명 관객을 모은 영화 ‘극한직업’에서도 마약반이 범죄 조직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 위장 취업을 하며 24시간 잠복 수사를 벌인다. 일부 과장된 내용이 있지만, 대부분은 공감한다고 최 경사는 말했다. 그는 “마약 관련 범죄 첩보 등을 수집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잠복, 미행, 위장 등 계획을 세워 투약자·유통책·판매책 등을 차례로 검거한다”며 “마약 판매책 1명을 잡으려고 팀원 5명이 집념으로 두 달 동안 따라다닌 적도 있다”고 했다.

최근 마약 범죄가 늘면서 최 경감 팀은 더 바빠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에 국경 반입 단계에서 적발된 마약류가 연간 역대 최다(1272kg)를 기록했다. 마약 사범이 젊어지고 있단 점도 우려 대목이다. 서울의 마약류 범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2590명 마약 사범 중 10대와 20대가 1127명(45.3%)에 달한다. 초범 비율도 75.8%였다. 최 경사는 “예전엔 마약이 지인 간 거래로만 유통됐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마약에 접근이 쉬워졌다”며 “체감상으로도 마약사범이 많이 늘었다”고 걱정했다. 경찰이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재범률 높은 마약 사범…“처벌이 능사 아냐”

최 경감과 최 경사는 지난달 허위로 의료용 마약을 처방받아 판매, 공급, 오남용한 마약 사범 64명을 무더기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보람을 느낀 사건은 따로 있다. 이들은 작년 이맘때쯤 “마약에 빠진 아들 좀 구해달라”는 한 부모의 절박한 전화를 받았다. 현장에 가보니 팔에 수십 개의 주사 자국이 있는 20대 A씨가 있었다. 엄연한 범법자이지만, 이들은 A씨를 ‘동생처럼’ 대했다.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속 얘기를 나누다보니 나중엔 울먹거리면서 다시는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아팠죠.” 최 경사는 이렇게 회상했다. A씨는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A씨와 A씨 부모는 “이렇게라도 약을 끊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 같은 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형사 사범과 달리 마약 사범엔 ‘측은지심’을 느낀다고 했다. 최 경감은 “마약 범죄는 재범률이 매우 높아서 처벌을 강하게 한다고 없어지는 범죄가 아니다”며 “한번 잘못된 길에 빠진 이들을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시스템이 돌아가야 마약 범죄를 근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형기를 채우고 나온 마약 사범이 경찰서로 찾아와 ‘약 끊고 정신 차리고 살고 있다’고 인사하기도 한다”며 “마약 공급책과 판매책은 끝까지 찾아가 죄를 물어야겠지만, 단순 투약자는 누군가가 도움을 주면 충분히 마음을 다잡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마약 근절책은 ‘교육’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최 경감은 “어릴 적부터 마약의 유해성을 가르쳐야 한다”며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마약용 의약품도 오남용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약은 자기 돈 주고 자신의 삶을 망치는 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과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22일부터 11월 18일까지 ‘신학기 학교폭력 특별예방활동’ 기간으로 지정, 사이버 학교 폭력 예방에 이어 마약 교육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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