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만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 최수성 경감과 최정빈 경사는 정중하게 요구했다. 얼굴이 알려지면 잠복과 미행 등 마약 사범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얼굴이 알려지면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수사 걱정부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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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경감과 최 경사는 마약 수사 3년 동안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마약 수사 특성상 잠복·미행· 위장이 많아서다. 최 경감은 “집에 못 들어가는 날도 다반사”라며 “가족들도 이제 그러려니 한다”고 웃었다.
최근 마약 범죄가 늘면서 최 경감 팀은 더 바빠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에 국경 반입 단계에서 적발된 마약류가 연간 역대 최다(1272kg)를 기록했다. 마약 사범이 젊어지고 있단 점도 우려 대목이다. 서울의 마약류 범죄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2590명 마약 사범 중 10대와 20대가 1127명(45.3%)에 달한다. 초범 비율도 75.8%였다. 최 경사는 “예전엔 마약이 지인 간 거래로만 유통됐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마약에 접근이 쉬워졌다”며 “체감상으로도 마약사범이 많이 늘었다”고 걱정했다. 경찰이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재범률 높은 마약 사범…“처벌이 능사 아냐”
최 경감과 최 경사는 지난달 허위로 의료용 마약을 처방받아 판매, 공급, 오남용한 마약 사범 64명을 무더기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보람을 느낀 사건은 따로 있다. 이들은 작년 이맘때쯤 “마약에 빠진 아들 좀 구해달라”는 한 부모의 절박한 전화를 받았다. 현장에 가보니 팔에 수십 개의 주사 자국이 있는 20대 A씨가 있었다. 엄연한 범법자이지만, 이들은 A씨를 ‘동생처럼’ 대했다.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속 얘기를 나누다보니 나중엔 울먹거리면서 다시는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아팠죠.” 최 경사는 이렇게 회상했다. A씨는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A씨와 A씨 부모는 “이렇게라도 약을 끊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고의 마약 근절책은 ‘교육’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최 경감은 “어릴 적부터 마약의 유해성을 가르쳐야 한다”며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마약용 의약품도 오남용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약은 자기 돈 주고 자신의 삶을 망치는 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과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22일부터 11월 18일까지 ‘신학기 학교폭력 특별예방활동’ 기간으로 지정, 사이버 학교 폭력 예방에 이어 마약 교육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