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수익률 -13%…퇴직 앞둔 직장인 '눈물'

2분기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수익률 -12.55%
지난해 7.34% 상승서 '마이너스' 전환
올해 DB형→DC형 바꿨다면 낭패 볼 수도
'디폴트옵션' 촉각…원금보장형 등 관심
  • 등록 2022-08-05 오전 6:36:00

    수정 2022-08-05 오전 6:36:00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만 56세 직장인 A씨는 그간 확정급여(DB)형으로 적립한 퇴직금 약 2억800만원을 올해 초 확정기여(DC)형으로 이전했다가 낭패를 봤다. A씨는 올해부터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면서 DB형을 유지할 경우 퇴직금이 줄어들게 될 것을 예상, DC형으로 이전했는데 6개월 만에 10%에 달하는 원금 손실을 본 것이다. A씨는 “이미 주가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해 ‘실적 배당형’ 적립금 운용을 요청했는데, 자산 시장이 더 폭락하면서 6개월 만에 2600만원의 원금이 날아갔다”며 허탈해 했다.

자산 시장이 폭락하면서 시장 연동형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어 주목된다. 퇴직이 임박한 직장인들의 경우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길도 마땅치 않아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생애 주기와 퇴직금 수령 시기를 잘 계산해 퇴직연금을 운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인들이 따가운 햇볕을 가린 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DC형 퇴직연금 가운데 실적배당형 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12.55%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7.34% 상승하는 등 호실적을 보였는데 1분기(-0.42%) 하락 전환하더니 2분기에는 10%대 폭락한 것이다.

DC형이란 회사가 매년 총급여의 일정 비율을 퇴직연금 관리 금융사 계좌에 입금해 주면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퇴직 직전 월급에 근속 연수를 곱한 금액으로 결정되는 DB형과 달리 개인의 운용력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이 늘어날 수 있어 인기를 얻었다.

DC형은 다시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 배당형으로 나뉘는데, 실적 배당형이 그간 수익률이 쏠쏠해 관심이 높았다. 실적 배당형의 운용 수익률은 2020년 13.21%, 2021년 7.34%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원리금 보장형(2020년 1.69%, 2021년 1.29%)을 압도했다.

문제는 상황이 180도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국내외 중앙은행의 유례없는 고강도 금리 인상에 자산 시장이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의 경우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은 1.36%, 1.47%였는데 실적 배당형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직장인들의 경우 만회가 쉽지 않아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임금피크제 등 요인으로 임금이 줄어들어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직장인의 경우 퇴직까지 불과 3~5년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장기 투자도 사실상 쉽지 않다는 평가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원금 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퇴직하게 되면 퇴직 당시의 적립금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이전되고 IRP에서 다시 운용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연금을 개시하면 연금액이 계속 인출되므로 운용 가능한 적립금이 계속 줄어들고, 은퇴 이후에는 안정적 운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존 손실을 만회하는 게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DC형과 IRP형 퇴직연금 운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올해 7월부터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관심이 요구된다. 디폴트옵션 제도란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신규 가입했거나 기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적용된다. 운용 지시가 없는 상태로 최대 6주가 지나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미리 선택해둔 바에 따라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해 △TDF(타겟데이트펀드) △BF(밸런스펀드) △SVF(스테이블밸류펀드) △SOC(사회간접자본) 펀드 등을 담을 수 있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안정추구형인 경우 원리금 보장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하다. 예금보장한도를 감안해 금리가 높은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다만 근속기간이 많이 남은 경우 TDF도 주목된다. 가입자가 젊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여 적극적으로 자산 운용을 하고, 퇴직 시점에 가까워지면 채권 비중을 높여 원리금을 지키는 등 생애주기에 맞춰 설계한 펀드다. 퇴직연금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금 운용과 관련해 딱 한 가지 조언만 하라면 ‘연금 성격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TDF를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근속 연수가 줄어서 사회초년생도 TDF가 마냥 좋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간편하게 운용하기에는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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