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지난해(2021년) 코스피지수 수익률이 시가총액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코스피지수 상승에 발맞춰 시가총액이 커졌다면, 지난해에는 주가는 오르지 못했는데 시가총액만 커진 셈이다. 최근 1년 동안 대형 기업공개(IPO)가 몰려 유동성을 흡수해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은 2203조원으로, 올해 초와 비교해 174조원(8.5%)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944.45에서 2977.65로 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2020년과 2019년의 경우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율과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 2020년 코스피 시가총액이 35.6% 늘었을 때 코스피지수는 32.1% 올랐다. 2019년에도 코스피 시총 증가율은 11.4%, 지수 상승률은 9.3%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대형 IPO와 유상증자 등으로 상장 주식은 늘어났으나 주가는 오르지 못한 것이다. 대형 종목이 공모에 나서면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에 앞서 자금을 쌓아뒀다가 상장 후 매도 주문으로 이를 털어낸다. 또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는 기존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대형 공모주를 담는다. 상장 전 투자했던 기관 투자자가 상장 후 매물을 쏟아내는 경우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도 반복됐다. 특히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해 ‘쪼개기 상장’할 경우 기존 종목의 주가가 요동친다.
아울러 최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강세로 돌아서 코스피지수를 방어한 것까지 고려하면 기존 종목의 주가 상승은 미미했거나 하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코스피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14개로, 지난해 5곳의 3배에 달했다. 1조원 이상 대어급 종목도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카카오뱅크(323410)·
크래프톤(259960)·
현대중공업(329180)·
카카오페이(377300) 6곳이었다.
문제는 내년에도 대형 IPO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통해 최대 12조7500억원을 끌어모은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오일뱅크, 쓱(SSG)닷컴, 마켓컬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J올리브영 등도 상장을 추진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IPO로 증시 시총이 높아졌음을 고려하면, 기존 종목은 약세를 보였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며 “환율 흐름이 외국인에게 우호적이지 않고, 사상 최대 IPO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국내증시에 신규진입하고자 하는 유인을 낮추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