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미국과 국내 증시 차별화 현상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차별화 원인이 물가 리스크와 교역조건 악화 때문인데, 물가 압력이 다소 둔화할 수 있는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9일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9월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월과 비교해 7.5% 상승하는 등 2011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이같은 물가압력이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을 미쳐왔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교롭게 1999년 이후 국내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상승했던 5차례 국면에서 2004년을 제외하고 생산자물가 상승률 고점과 코스피 지수 고점이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특히 국내 생산자물가 상승은 주로 유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동행하는 동시에 교역조건 악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 표=하이투자증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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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무역구조 상 유가 등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은 생산자물가 급등과 함께 국내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 혹은 흑자 폭 축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준 바 있다. 박상현 연구원은 “이번에도 소비자물가 및 생산자물가 급등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서 상당 부분 비롯되면서 강한 수출 호조세에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전 물가압력 확대 및 교역조건 악화 국면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무역수지 흑자 축소 규모는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물류비 및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지는 등 물가 압력이 다소 둔화될 수 있는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연구원은 “국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이전 물가 상승 국면과 같이 추가로 큰 폭으로 축소될 여지가 커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선진국 중심의 경기 정상화 흐름에 기댄 수출 호조가 지속하면서 국내 무역수지 흑자 폭은 유지 혹은 재확대될 여지가 높다. 국내 증시의 상대적 부진, 즉 한-미간 증시 차별화 현상이 정점을 지나고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6년 초 이후 국내 주식시장 내 외국인 보유비중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추가 매도가 제한적일 수 있어 물가 리스크 완화 혹은 중국 불확실성 완화 시그널이 가시화된다면 한-미간 증시 차별화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