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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된 이번 저서에서 피케티는 “불평등은 경제적인 것도 기술공학적인 것도 아니며 오히려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꺼낸다. ‘21세기 자본’이 자본주의에 내재한 불평등의 경제적 동역학을 분석했다면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21세기 자본’이 미처 다루지 못했던 불평등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동역학을 분석하는데 집중한다. 불평등이 경제 논리에 의한 필연이 아니라 사회 지배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세력균형에 따라 형태를 바꿔가며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3부와 4부는 금융자본의 세계화와 초집중, 조세피난처로 상징되는 불투명성으로 한 국가 안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재분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현재에 초점을 맞춘다. 부의 불평등이 세대를 건너 대물림하며 더욱 집중하는 현상, 유럽 사민주의 정치가 재분배를 향한 야망을 포기한 대가, 옛 공산국가 지배자들의 과두지배와 재정 불투명성, 엘리트 중심의 교육 불평등으로 심화하는 소득 불평등 등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불평등의 양상은 20세기 중반 상대적 평등을 실현했던 계급정치의 실종으로 귀결된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대안은 무엇일까. 피케티는 먼저 ‘사회적 일시소유’를 제안한다. 개별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고 사회적 상속을 실현하기 위해 재산세나 토지세 같은 사적소유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을 누진소유세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피케티는 이렇게 걷어 들인 재원을 청년을 위한 자본재원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의 경우 성인 평균자산의 60%에 해당하는 12만 유로(약 1억 6000만원)를 25세가 되는 청년에게 지급하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연방주의의 도입 필요성도 강조한다. 불평등을 옹호하는 극우파에 맞서 국경·이민·민족·종교를 둘러싼 균열과 이로 인한 비극을 평등주의적 연대로 묶어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