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엘리베이터에 두 가지 작은 변화가 생겼다. 버튼 등에 붙은 반투명 필름과 손소독제가 새로운 변화다. 특히 반투명 필름은 지역이나 건물 등에 상관 없이 어느 엘리베이터든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구리가 함유된 항균 필름이다. 이 항균 필름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사멸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경북 문경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승강기용 항균필름을 무상 제공한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사진은 경북 문경시 관내 승강기에 부착된 항균필름.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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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구리가 세균을 파괴하는데 그 과정은 이렇다. 세균 같은 미생물들이 구리에 닿게 되면 미생물은 구리를 영양소로 인식해 흡수한다. 이렇게 미생물 몸속으로 들어간 구리 이온은 미생물의 세포막에 구멍을 낸다. 또 구리 이온은 이 구멍을 통해 활성산소를 끌어 당겨 미생물을 파괴한다.
구리 이온은 바이러스 퇴치에도 효과가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숙주가 생기면 자신의 DNA나 RNA 즉 유전자 정보를 복사한다. 이 같은 바이러스에 구리를 접촉시키면 바이러스는 이 구리를 숙주로 생각하고 자신들의 유전자 정보를 배출한다. 그러면 구리는 유전자 복제 방해 신호를 바이러스에 내보내게 되고 바이러스는 지쳐 사멸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항균 효과는 구리만 갖고 있을까. 구리 외에도 금, 은, 백금, 수은, 코발트, 주석, 알루미늄 등 여러 다양한 금속도 항균효과를 갖고 있다. 구리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이유는 구리가 우리 몸에 독성이 없고 효과가 빠르며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구리는 항균필름 외에도 항균섬유로 쓰여 무좀 등에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0년 칠레 광산 붕괴사고로 매몰됐던 광부들이 산화구리가 첨가된 섬유로 만든 양말로 갈아신고 2주 후 무좀이 대부분 개선된 사례도 있다.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