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 경찰대 교수] 조주빈(25) 검거로 텔레그램 `박사방`을 비롯한 이른바 `n번방 성(性)착취 사건`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사건의 전모가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이 적지 않은 듯하다. 범행 수법이 자체가 생소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수법이 악질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n번방 사건`은 이미 예고된, 그래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던 범죄였다. 전에 없던 게 새로 나온 것처럼 놀라는 이들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 정부는 비교적 일찍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수조사로 대응했다. n번방 사태와 같은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대해서도 이런 대응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당장은 `n번방` 운영자부터 영상 제작과 유포자, 유료회원 등 이 사건과 관련된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책임을 묻고 추가적인 피해자 발생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나마 검찰과 경찰이 전담 수사조직을 만들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런 사건이 터질 때 들불처럼 끓어 오르는 여론을 따라 반응하는 식이면 안 된다. 이런 류의 사건을 담당할 상시 수사체계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번 `n번방` 사건으로도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교훈을 얻지 않는다면, 언젠가 제2, 제3의, 그리고 `n번째의` 조주빈은 또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