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은 살아있다…'작은아씨들' '데미안' 약진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 랭크
'페스트' 전년 동기비 18배 판매량 증가
'작은 아씨들' '데미안' 개성 살린 표지 눈길
  • 등록 2020-03-18 오전 12:30:00

    수정 2020-03-18 오전 12:3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영화 개봉과 TV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고전소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전염병을 소재로 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까지 소환되고 있다.

17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상위 5개 목록 중 ‘페스트’ ‘데미안’ ‘작은 아씨들’ 등 고전소설이 각각 1위와 3, 5위를 차지했다. ‘페스트’의 경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각종 번역본이 3500부 넘게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소설 ‘작은 아씨들’은 지난달 12일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순위 역주행을 시작했다. ‘데미안’은 지난해 말 tvN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에 소개되면서 다시 베스트셀러 순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보문고의 김현정 베스트셀러 담당MD는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5위권 내에 고전소설이 반 이상인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와 고전을 읽기 쉽게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등 현재의 상황이 맞물린 게 고전의 부활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작은 아씨들’은 동명 영화(왼쪽)로 재조명됐고 ‘데미안’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앨범 콘센트에 차용, 오늘날의 대중에게도 사랑받는 작품이 됐다(사진=소니픽쳐스코리아·빅히트엔터테인먼트).


현대적 리커버로 재탄생한 ‘고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10대와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소설로 꼽힌 바 있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에 영감을 준 책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인기를 누렸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헤세가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던 작품으로, 열 살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기까지 고독하고 힘든 성장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불안과 좌절에 사로잡힌 청춘의 내면을 다룬 이 작품은 지금까지 수많은 청년세대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출판사 더스토리는 초판본 표지의 ‘데미안’으로 눈길을 끌었다. 헤르만 헤세 탄생 140주년 기념으로 1919년 출판된 독일 피셔 출판사의 초판본 표지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리버커 한정판을 선보였다. 지난해까지 월 2000~4000부 가량 판매되다가 12월 방송 이후 3만권 이상이 팔려나갔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판매부수는 6만권 가량이다.

스타북스는 BTS 앨범 콘셉트의 책 표지와 함께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띠지를 두른 버전을 내놨다. 문학동네는 일러스트 표지의 책을 출간했다. 을유문화사는 을유세계문학 100권 기념으로 표지를 바꾼 리버커 한정판을 선보였다.

을유문화사 관계자는 “최근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고전소설 위주로 출판사들이 리커버책을 출간하고 있다”며 “리커버판 책 중에서 ‘데미안’의 판매가 가장 순조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더스토리(왼쪽부터), 스타북스, 문학동네, 을유문화사의 ‘데미안’(사진=각 출판사).


“시대 관통하는 삶의 진리가 매력”

‘작은 아씨들’은 1800년대 말 출간돼 200년 넘게 사랑받아온 루이자 메이 올콧의 소설이다. 남북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네 자매의 꿈과 사랑을 그렸다.

동명의 영화가 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하자 각 출판사들은 개성있는 표지의 ‘작은 아씨들’ 리커버판을 발빠르게 내놨다. 월북출판사의 1~2부 완역본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애나 본드의 표지를 사용했고, 기존 ‘노처녀’를 ‘독신녀’로 바꾸는 등 현대 감각에 맞춰 번역도 새로 했다. 아르테 출판사는 꽃과 집, 손 잡고 있는 네 자매를 자수로 형상화한 표지를 선보였다. 현재까지 1부만 출간됐고, 2권은 이달 말께 나온다.

RHK(알에이치코리아)는 1868년 미국에서 출간된 초판본과 같은 표지의 책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주인공들을 모델로 한 띠지를 둘렀고, 최대한 고전의 느낌을 살려 번역했다. 영화에서 네 자매 중 둘째 조(시어셔 로넌 분)가 쓴 책의 붉은 표지를 재현한 것은 물론 영화 스틸컷도 33장을 넣어 호응을 얻었다. 현재 각 대형서점의 상위권에 랭크된 책은 RHK의 ‘작은 아씨들’로 5만권 이상 팔려나갔다.

더스토리는 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일러스트 표지디자인과 패브릭 에디션 두 가지를 동시에 선보였다. 더스토리 관계자는 “책을 잘 읽지 않는 시대에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어려워하는 독자들은 이미 검증된 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예전에는 ‘고전’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의 표지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현대적인 느낌의 리커버 에디션 등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오래 읽히는 고전은 시대를 관통하는 삶의 진리가 담겨있다”며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월북출판사(왼쪽부터), 아르테, RHK, 더스토리가 선보인 ‘작은 아씨들’(사진=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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