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시장 달래기…"주가폭락, 가짜뉴스·유가전쟁 탓'

"작년 독감으로 미국인 3.7만명 사망, 이걸 생각해보라"
"유가폭락? 휘발유 가격 내려가는 건 소비자에 좋은 일"
  • 등록 2020-03-10 오전 3:05:30

    수정 2020-03-10 오전 3:05:30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폭락과 관련,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의 흐름을 놓고 다투고 있다”며 “이것과 가짜뉴스가 주가 급락의 이유”라고 밝혔다. 증시폭락의 책임을 가짜뉴스와 유가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뉴스’ 언급은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CNN방송 등 주류 반(反) 트럼프 매체가 코로나19의 공포를 확대·재생산하면서 증시 폭락을 불러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사태 초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 대응에 실기했다는 이들 매체의 보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지난해 3만7000명의 미국인인 일반적인 인플루엔자로 사망했다. 이는 매년 평균 2만7000명에서 7000명 사이에 있었다”며 “어느 것도 폐쇄되지 않고, 삶과 경제는 상승한다. 지금 이 순간 (미국에서) 546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22명이 사망했다. 이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썼다. 반 트럼프 매체의 코로나19 공포가 과도하다는 뜻을 거듭 피력한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관련 언급은 지난주 말 사우디의 유가 인하 및 증산 결정을 지칭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사우디와 러시아 간 ‘공조체제’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지난주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OPEC 플러스)는 지난 6일 코로나19에 대응하고자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추가 감산은 물론 이달 말 종료 예정인 기존 감산합의 연장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에 사우디는 4월 인도분 아랍 경질유의 가격을 낮추는 한편, 내달부터 증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내는 동시에,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 소식에 브렌트유는 국제원유시장에서 30%나 폭락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도 27% 떨어졌다. 이 같은 가격 변동 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 폭락을 감수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 위한 ‘유가 전쟁’이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현재 WTI·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20%대 폭락한 상황에서 거래 중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휘발유 가격이 내려간다. 이는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라며 유가 폭락이 되레, 미국민들에 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코로나19공포와 유가폭락이라는 ‘쌍글이 악재’에 휩싸이며 개장 직후 폭락세를 보였다. 오전 9시30분 개장 약 4분 만에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주가가 과도하게 등락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인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시장 불안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서킷브레이커 이후 15분 만인 이날 오전 9시49분께 뉴욕증시는 다시 개장했지만, 3대 지수는 여전히 5~6%대의 폭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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