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바이오株 저가 쇼핑…에이치엘비 등 대량매수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한주간(7월 1~5일) 외국인이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에이치엘비(028300)다. 이 종목은 지난달 말 개발 중인 항암제의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실망으로 주가가 급락한 상태다. 6월 한달 동안 49.7% 폭락하자 외국인이 저가 쇼핑에 나선 모습이다. 외국인은 지난 한주 동안 에이치엘비 주식을 148만여주(약 508억원) 순매수했고 이날도 6만주 넘게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두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헬릭스미스(084990)로 역시 바이오주다. 이 회사의 주가도 지난 3월 고점 대비 40% 넘게 급락한 상태다.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한 차례 급락한데 이어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또 한 차례 큰 폭으로 하락하자 넉달 전 31만원대였던 주가가 17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외국인은 지난주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제넥신(095700) 레고켐바이오(141080) 등도 대거 사들이며 바이오주의 저가 매력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가 2%대 하락하고 코스닥이 3% 넘게 폭락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도 다수의 주요 바이오주를 쓸어담았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나흘 연속 셀트리온(068270)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분율이 21.4%에 육박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0.8% 상승한 채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를 비롯해 에이치엘비(028300) 제넥신(095700) 등을 사들이며 지난달과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바닥까지 왔다 VS 높은 변동성 주의
하지만 최근 이같은 수급 변화 조짐에 일각에서는 바이오주의 바닥 신호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 몇몇 바이오기업들의 개별 악재가 동시에 터져나오면서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투자심리가 안정되면 과도했던 낙폭을 상당부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 사례를 보더라도 임상 실패가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과거 주가지수의 긴 흐름을 보면 개별 기업의 악재에 따른 주가 변동 과정에서도 바이오 업종지수는 결국 이익을 따라갔다”고 강조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기술력 있는 업체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하다”며 “마무리 임상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들의 임상 결과에 따른 주가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고 있어 이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있는 허가 또는 임상 스케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부가 바이오 산업의 미래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정책발(發) 호재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재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최근 견실한 기업들의 주가도 많이 빠진 만큼 지금이 저가 매수에 나설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 무리하게 투자에 나설 필요가 없을 뿐더러 아직 악재가 끝났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신약 개발 업체의 주가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