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실장과 김 부총리 간 시각차가 청와대 입단속으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과 민생(民生)이 충돌하는 양상이어서다. 7월 ‘고용 쇼크’ 발표가 살얼음판을 깼다.
통계청은 7월 취업자는 2708만3000명으로 작년 7월보다 5000명(0.0%) 늘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증가 폭이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10년 1월에 마이너스 1만 명을 기록한 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일자리 정부’를 비웃는 ‘일자리 쇼크’다. 최근 일자리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하다.
고용 쇼크가 수면위로 드러난 만큼 정부가 신발 끈을 고쳐 맬 계기로 삼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되레 장 실장과 김 부총리 사이 이견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근심을 키웠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다. 김 부총리는 “추진한 경제정책도 그간의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 부처와 당과 협의해 개선,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년간 최저임금 29% 인상, 예외 없는 주 52시간 근로 등에 대한 경제 현장의 반발을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장 실장 공언대로 정부는 어제 최저임금 과속에 대한 대책은 빼놓은 채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일자리 안정자금 확대 등의 자영업자 대책을 내놨다. 장 실장의 판정승.
정권 초반엔 어려운 일부터, 색깔을 드러내는 일부터 하는 게 맞다. 힘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게 먹히지 않으면 출발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일자리 쇼크가 “10년 전 4대강 사업 때문”(이해찬 민주당 대표 후보)이라고 몰아붙이거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이학영 의원 등 여당의 NGO 출신들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야한다. 정권의 정체성 보다는 민생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체력이 소진한 경제에 불쏘시개를 붙여야 한다. 때려잡기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창업시장에 길 잃은 시중 자금이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야한다.
경제에 관한한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본보기로 삼으면 어떨지.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월 신년 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어 나가야한다”며 한미 FTA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환영했지만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지지층이 반발했다. 결과는 해피엔딩.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건 지지자뿐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그때를 생각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