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문 대통령, 지지층 반대 이겨내야 일자리 물꼬 트여

‘고용쇼크’는 경제운용 바꾸라는 신호
IT혁명기 예산으로 만든 일자리는 신기루
이념 완장 떼고 ‘우회전 깜박이’ 켜야
경제주체들 “한번 뛰어보자” 에너지 생겨
  • 등록 2018-08-24 오전 5:00:00

    수정 2018-08-24 오전 5:00:00

[남궁 덕 콘텐츠전략실장]청와대 관계자는 그제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빛 샐 틈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두 사람 간 불협화음설(說)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장 실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경제 사령탑은 김 부총리”라고 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경제 정책 추진의 엔진 역할을 해야 하는데 경제 부진 원인과 대책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치권과 여론의 지적이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 간 시각차가 청와대 입단속으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과 민생(民生)이 충돌하는 양상이어서다. 7월 ‘고용 쇼크’ 발표가 살얼음판을 깼다.

통계청은 7월 취업자는 2708만3000명으로 작년 7월보다 5000명(0.0%) 늘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증가 폭이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10년 1월에 마이너스 1만 명을 기록한 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일자리 정부’를 비웃는 ‘일자리 쇼크’다. 최근 일자리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하다.

고용 쇼크가 수면위로 드러난 만큼 정부가 신발 끈을 고쳐 맬 계기로 삼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되레 장 실장과 김 부총리 사이 이견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근심을 키웠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다. 김 부총리는 “추진한 경제정책도 그간의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 부처와 당과 협의해 개선,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년간 최저임금 29% 인상, 예외 없는 주 52시간 근로 등에 대한 경제 현장의 반발을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장 실장은 그러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띠고 경제 지속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그 결과)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고 연말쯤이면 고용상황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장 실장은 재정지출 확대와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강조했다.

장 실장 공언대로 정부는 어제 최저임금 과속에 대한 대책은 빼놓은 채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일자리 안정자금 확대 등의 자영업자 대책을 내놨다. 장 실장의 판정승.

정권 초반엔 어려운 일부터, 색깔을 드러내는 일부터 하는 게 맞다. 힘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게 먹히지 않으면 출발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일자리 쇼크가 “10년 전 4대강 사업 때문”(이해찬 민주당 대표 후보)이라고 몰아붙이거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이학영 의원 등 여당의 NGO 출신들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야한다. 정권의 정체성 보다는 민생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심리다. 민생이 흔들리고, 시장개척의 주역인 기업이 불안해하는 이유를 해소하면 된다. 기업 기(氣)살리기와 과속스캔들에 휩싸인 정책에 속도조절을 하라. 창피한 일이 아니다. 진정한 용기다. 최저임금인상을 업종과 지역에 따라 다변화해 민생에 귀를 열어둔 정부라는 점을 알려라.

체력이 소진한 경제에 불쏘시개를 붙여야 한다. 때려잡기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창업시장에 길 잃은 시중 자금이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야한다.

경제에 관한한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본보기로 삼으면 어떨지.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월 신년 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어 나가야한다”며 한미 FTA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환영했지만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지지층이 반발했다. 결과는 해피엔딩.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건 지지자뿐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그때를 생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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