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저림 증상은 누구나 한번은 경험해 볼 수 있는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손 저림 증상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우선 혈관이 막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순환장애와 말초신경의 문제에 의한 신경장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순환장애는 주로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막히는 말초혈관질환에 의해 나타나는데, 순환장애에 의한 손 저림 증상은 손이 저릴 뿐만 아니라 손의 체온이 떨어지면서 차고 시리고 아프며 심한 경우 손가락 끝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말초혈관질환은 다리에서 더 잘 생기므로 손 저림 증상이 순환장애 때문에 생기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손 저림 증상의 보다 흔한 원인은 말초신경장애다. 특히 저린 증상이 손에만 나타난다면 ‘압박성 신경병’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손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압박성 신경병은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을 지나는 정중신경이 손목 터널 안에서 반복적으로 눌리고 자극을 받아 결국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심한 경우 변성까지 일어나는 일종의 국소 신경마비 현상이다.
이는 말초신경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으며, 병을 초기에 발견하면 보존적 치료로도 회복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면 손목 힘줄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하며, 너무 진행된 상태에서는 어떤 치료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감각 저하 및 엄지손가락 근력 마비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목 디스크, 손목 주위 인대염, 척골신경 마비(이때는 저린 증상이 주로 넷째 다섯째 손가락에 나타남) 등에서도 손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저린 증상이 손에 국한되지 않고 팔 다리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나타나는 경우에는 말초신경 자체에 병이 생기는 ‘말초신경병’을 의심해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면역질환, 대사질환 또는 드물게 유전병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전신질환으로 번지는 경우에는 호흡마비까지 올 수 있고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손 저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유무를 확인하고, 말초신경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신경전도검사 및 영상검사 등으로 확진이 가능하다. 한편 뇌 병변에 의한 증상 즉 뇌졸중과 같이 중추신경계통의 이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므로, 손 저림 증상이 잘 낫지 않고 지속되거나 점차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서둘러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김철 인제대 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이 손을 많이 써서 생기는 압박성 신경병은 일을 중단하고 쉬면 증상이 호전되지만 병이 진행된 경우에는 쉬어도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손 저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손 저림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등의 평소 생활습관도 중요하다”며 “특히 당뇨 환자에서 손목터널증후군이 더 잘 생기므로 당뇨조절에 신경을 써야 하며 음주는 말초신경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비타민 B1, B12와 같은 영양소의 흡수를 감소시켜 손 저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절제할 것과 더불어 균형 있는 영양섭취를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