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출판계를 돌아봤더니...페미니즘에 웃고 마광수에 울고

'페미니즘' 열풍…'82년생 김지영' 50만부 판매 돌파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 늘어…"인기 계속 이어질 것"
광마 마광수 전 교수 등 문학계 큰 별 별세 이어져
  • 등록 2017-12-27 오전 5:30:00

    수정 2017-12-27 오전 5:30:00

왼쪽부터 ‘82년생 김지영’ ‘현남오빠에게’ ‘서른의 반격’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올해 출판계의 최대 이슈는 ‘페미니즘’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목소리가 컸던 만큼 ‘페미니즘 문학’이 큰 인기를 누렸다. 세계 경제 흐름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관련 도서가 쏟아져 나왔다. 재계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서 판매량도 증가했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문학계의 큰 별인 마광수(1951~2017)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가 타계했다. 굴곡진 삶을 산 그를 두고 평론가들은 ‘시대를 앞서 간 광마(狂馬)’ ‘세상에 불화한 혁명가’라고 평가한다.

◇여성 인권 향상의 움직임…‘페미니즘 문학’ 열풍

페미니즘 열풍에 관련 도서가 인기를 끌었다. 교보문고에서는 페미니즘 관련 도서가 전년 대비 2.1배 증가했고, 예스24에서는 8.5배 늘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책은 소설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민음사·2016)이다. ‘82년생 김지영’은 20일 기준 누적 판매 부수 50만 부를 돌파했다. 1982년에 태어나 가장 흔한 이름 김지영을 가진 주인공은 이름만큼이나 평범하게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차별과 폭력을 당한다. 책은 페미니즘 이슈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킨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조남주 작가를 필두로 여성 작가 7명이 의기투합한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오빠에게’는 출간 한 달 만에 3만 부를 넘게 찍으며 페미니즘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소설가 김혜진의 장편 ‘딸에 대하여’는 출간 3개월여 만에 2만5000부가 판매됐다. 소설가 손원평의 ‘서른의 반격’(은행나무)도 출간 한 달여 만에 1만2000부가 나갔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올해 잇따라 출간된 페미니즘 문학작품은 여성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사회적 이슈를 충분히 다루면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며 “젊은 여성들이 현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인간적 자존감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초연결 시대’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 쏟아져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와 관련된 책도 호황을 이뤘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출간된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는 215종에 달한다. 책 판매량은 전년 대비 433.8% 증가했다.

‘초연결 시대’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은 로봇·드론·가상현실 등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으로 이뤄진 차세대 산업트렌드를 말한다. 지난 5월 대선을 거치면서 후보자들이 저마다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관련서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의 ‘제4차 산업혁명’이다. 책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엄청난 변화들을 분석한다. 올해 예스24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했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마켓 4.0’(더퀘스트·2017)도 눈여겨볼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 중 하나로 손꼽힌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마케팅 기법과 기업 생존 전략을 정리했다.

백원근 출판평론가는 “세상의 변화를 바라는 한국인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감성적인 키워드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 인기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사진=이데일리DB).


◇‘시대를 앞서 간 광마’ 마광수 전 교수 등 지다

마 전 교수는 ‘육체적 쾌락’을 감추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는 언제나 탄압 속에 살아야 했다. 마 전 교수의 인생을 바꿔 놓은 건 1991년 출간한 장편 ‘즐거운 사라’(서울문화사)다. 적나라한 성적 표현이 담긴 ‘즐거운 사라’는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불온서적으로 취급받았다. 마 전 교수는 이 때문에 강의 중 경찰에 연행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후 문학계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교직에서도 해직과 복직,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굴곡진 삶에도 그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철학을 관철했다. 오히려 ‘사라를 위한 변명’(열음사·1994))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에이원북스·2009) ‘돌아온 사라’(책읽는귀족·2012) 등을 통해 세상의 억압에 저항했다. 유고작인 ‘추억마저 지우랴’(어문학사)에서는 지옥에서 사라와 다시 재회해 육체적인 사랑을 이어간다.

마 전 교수는 육체적 쾌락을 표현함으로써 위선에 빠진 한국사회에 저항하고자 했다. 마 전 교수는 인간의 행동과 생각을 옥죄는 허례허식과 도덕주의, 위선을 경멸했다. 성 문제를 음지에서 공론장으로 끌어내야 위선적인 성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겉으로는 위선을 떨면서 속으로 온갖 성적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이야말로 변태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1세대 사극 작가인 임충(1938~2017)도 별세했다. 1964년 극작가로 데뷔한 고인은 ‘장희빈’ ‘야망’ ‘대왕의 길’ 등을 집필했다. 마지막 작품은 2001년 ‘홍국영’이다. 시인 조정권(1949~2017) 역시 올해 세상을 뜬 문학계 별 중 한명이다. 전통 서정시에 토대를 두고 고고한 정신성을 지향하는 정신주의 시를 견인한 인물로 손꼽힌다.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문학동네·1997) ‘산정묘지’(지식은만드는지식·1991) ‘떠도는 몸들’(창비·2005) ‘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서정시학·2011) 등의 시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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