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고객님의 얼굴을 인식 중입니다. 고객님은 30세 남자인 것 같습니다. 고객님께 맞는 상품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띵구’가 이렇게 말했다. 기자의 나이와 성별을 얼추 맞췄다. 띵구는 키 58cm인 휴머노이드(humanoid·인간형) 로봇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사(社)가 개발한 로봇기종 ‘나오(Nao)’에 미국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Watson)’을 탑재했다.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점. 이데일리DB
22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스타필드 고양점 3층 토이킹덤 매장에서 인공지능 띵구를 만났다. 기자를 알아보고는 ‘드론(시마드론 X5UW·11만9900원)’을 추천했다. 띵구는 다른 고객의 성별과 나이도 알아맞출 수 있을까. 실험을 해봤다. 10대 남자아이와 20대 남성과 여성, 40대 남성이 각각 띵구 앞에 섰다.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점 3층 토이킹덤 매장 안에 ‘띵구’가 있다. 이데일리DB
“화면의 안내와 같이 저의 눈을 보고 ‘인식시작’ 버튼을 눌러주세요.” 띵구가 말하면 화면에는 ‘고객님이 관심 있어 할 장난감을 찾기 위해 고객님의 나이와 성별을 인식합니다’라는 문구가 함께 뜬다.
스타필드 고양점을 방문한 10대 남자 아이가 띵구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이데일리DB
먼저 10대 남자아이. 띵구는 “7세에서 12세 사이의 남자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추천상품은 뉴(New) 부루마블. 진열위치(Game)와 가격(3만원)도 함께 화면에 뜬다. 두 번째로 20대 남성의 도전. 띵구는 24세라고 했다. 정확히 맞췄다. 세 번째로 20대 여성은 “17세”라고 했다. 띵구가 실수했지만 고객의 얼굴은 오히려 더 환해졌다. 여성고객은 “띵구가 기분 좋게 해서 물건 많이 사게 하려는 거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40대 남성의 나이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띵구는 12세라고 했다.
‘띵구’가 기자에게 장난감 상품으로 ‘드론’을 추천하고 있다. 이데일리DB
띵구가 나이를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것은 안면 인식기술이 로봇 자체에 탑재돼 있어서다. 눈과 눈 사이 미간을 인식해서 사람 여부를 가리고 그 과정에서 성별과 연령대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한다.
“띵구야 코끼리 흉내 내줘~” 띵구가 코끼리와 원숭이 흉내를 내자 앞에 있던 한 아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엄마 뒤로 숨었다. 그만큼 인간과 닮아있는 로봇이다. 목과 어깨,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골반 등에 관절이 있다. 자연스레 몸짓과 손짓을 할 수 있다. 손가락도 움직이다.
“띵구야~”라고 부르자, 띵구가 고개를 돌려 기자를 보고 있다. 이데일리DB
간단한 질문엔 대답도 곧 잘했다. 이름과 나이, 태어난 곳을 물으면 즉각 답하고 마지막엔 “무엇이 더 궁금한지 물어봐 주세요”라고 말하는 센스도 갖췄다. 명령도 잘 따른다. 앉으라면 앉고 손뼉을 치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리라면 올린다. 그리고는 “원하는 동작을 말씀해 주세요”라고 한다.
고객이 원하는 장난감의 위치도 알려준다. “찾으시는 장난감의 종류를 물어봐 주세요”라고 띵구가 말했다. 기자가 “드론 어디에 있어?”라고 하자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들었다 올리며 “아래 지도를 보고 찾아가 보세요”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띵구’가 고객이 어떤 주문을 할 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화면에는 ‘이야기와 퀴즈’ ‘연주와 놀이’ ‘장난감 추천’ ‘매장안내’ 등의 아이콘을 누룰 수 있게 돼 있다. 이데일리DB
다만 아직은 기초적인 대화만 가능하다. 공상과학에 나오는 로봇을 생각하고 띵구를 만나면 실망감이 커질 수도 있다. 레벨 1단계의 고객 호기심 유발용으로 한시적(~22일) 시범운영만 했다. 신세계는 앞으로 1년간 ‘이마트 S-랩’ 실험실에서 인공지능 로봇 개발에 전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