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공항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하루 10만 5300여명이 출국함으로써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다 출국 인원을 기록했다. 이번 여름 성수기(7월 15일∼8월 20일) 동안 예상되는 출입국 여행객이 하루 평균 18만 4800명으로, 이 또한 지금껏 성수기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체크인 카운터가 수속을 기다리는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라는 얘기가 실감나게 들린다.
국내 관광지들도 붐비겠지만 갈수록 해외관광에 자리를 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웬만하면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풍조가 자리 잡게 된 결과다. 여름휴가뿐만 아니라 설·추석 등 명절 연휴도 마찬가지다. 지구촌의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해외여행 증가에 대해 걱정할 것은 아니다. 세계 각국을 활보하는 우리 여행객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여행에서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으려 하면서도 해외여행에서는 씀씀이가 커지기 마련이라는 점에서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지난 5월 중에만 해도 우리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이 20억 9700만 달러(약 2조 3530억원)로 집계됐다. 이처럼 해외여행 경비가 월 2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째 지속되는 현상이라는 사실이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내 소비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해외소비만 늘어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여행객들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외국만큼 내세울 수 있는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것인지 냉철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교통·숙박시설 등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외국어 관광 가이드에 있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관광지에서는 바가지 상혼에 여행객들의 무질서 행태까지 덧붙여져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게 보통이다. 중국의 사드보복만 원망하고 있을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돌리도록 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