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경제학]③불황때 복권 진짜 잘 팔릴까?

장기침체 지속하며 복권 판매량 늘어
  • 등록 2016-03-01 오전 8:10:01

    수정 2016-03-01 오전 8:10:01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불황에는 복권 판매가 늘어난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통념이 퍼져 있다. 복권에 당첨되면 큰돈을 벌 수 있고, 먹고 살기 힘들 때면 복권을 통해 팍팍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매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다. 실제 복권 구매행태도 그럴까.

※ 출처 : La fleur‘s 2015 World Lottery Almanac(단, 우리나라에서 복권으로 분류되지 않는 토토는 제외함, 금액:백만달러)
복권 판매와 세계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복권과 경기의 상관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다.

전 세계 복권 판매량은 세계경제가 호황이던 지난 2004년부터 2005까지 정체하거나 후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7년 이후에는 꾸준한 상승세를 탔다.

국가별 판매동향을 보면 상관관계가 더 뚜렷해진다. 지난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권판매액이 가장 높은 곳은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이다. 이들 나라는 남유럽국가다. 이들은 모두 재정이 취약한 곳으로 유럽 재정위기 주범으로 찍힌 국가다. 남유럽에서 복권구매는 일상화됐을 만큼 인기 있는 놀이 중 하나다. 그렇지만 최근 살림이 빠듯해지면서 복권을 통해 대박을 노린 사람들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

이런 경향은 국내 복권 판매에서도 나타난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도 복권 판매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제자리걸음을 하다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를 본격적으로 강타한 직후다. 이후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3% 안팎에서 둔화하는 장기 침체국면에 진입했다. 장기 불황과 복권 판매 증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특히 내수와 소비가 침체하면서 체감경기가 바닥까지 주저앉았던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3조2571억원으로 전년보다 6.8% 증가했다. 이 판매액은 2004년(3조2984억원) 이후 11년 만에 최고였다. 경기침체가 장기간으로 지속하자 복권에 기대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복권이 불티나게 팔리자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복권 판매점을 앞으로 3년에 걸쳐 2000곳을 새로 늘리기로 했다. 판매점이 부족해 생기는 불편을 해결하고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판매망이 부족할 만큼 복권이 잘 팔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복권 판매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신형 복권의 등장이나 천문학적 당첨금 혹은 당첨자의 인생역전 얘기가 구매욕을 자극한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올해 진행된 3차례 로또 추첨에서 회차 별 평균 판매액은 692억원으로 작년 1월 들어 3회차까지 진행된 평균 판매액(635억)과 비교해 9.1%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로또 광풍을 일으킨 파워볼 복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 무려 15억달러(약 1조8582억원)의 총상금이 걸렸던 미국 파워볼 추첨에서는 당첨자가 3명 나왔다. 테네시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에서 각각 팔린 복권이 1등에 당첨됐다. 이들이 일시불로 수령하면 3억2780만달러(약 4063억원)을 수령해 바로 억만장자에 올라서게 된다. 당첨번호가 공개된 직후 테네시주 당첨자는 NBC-TV 아침방송에 출연해 행운의 주인공임을 밝혔고 한달여 후에 플로리다주 당첨자가 공개됐다. 마지막 당첨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테네시주 당첨자는 창고관리자, 피부과 병원 직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부부였고 플로리다주 당첨자 역시 엔지니어였다. 이들은 대출을 갚고 차를 바꾸겠다는 소소한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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