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접하는 용어 중에 ‘오리지널 뮤지컬’이라는 표현이 있다. 진짜와 가짜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한 우리 소비문화가 투영된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이들 공연은 진짜 오리지널은 아니다. 공연에서 오리지널이란 표현은 처음 무대를 꾸미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공연을 주로 지칭하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등 상업 뮤지컬이 발달한 시장에서는 유명 배우들이 오리지널 캐스트가 되기 위해 초기 개발단계 작품에 참여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오리지널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품격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무대에서 라이브로 극을 꾸미는 뮤지컬은 그 존재 양식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분류는 수입과 창작이다. 공연 판권이나 공연권 귀속에 따라 국내와 국외를 나누는 것이다. 수입 뮤지컬은 다시 라이선스 뮤지컬과 투어 프로덕션로 나뉜다. 이는 또 번안과 각색의 과정을 거쳐 우리말을 하는 배우와 스탭들이 참여해 만드는 번안 뮤지컬과 배우와 스탭 등이 이동하며 공연을 꾸리는 내한 뮤지컬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흔히 오리지널이라 부르는 공연들은 정확히 말하자면 ‘투어 프로덕션’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오리지널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마케팅 수사에 불과한 표현을 과도하게 내세워 ‘명품’이나 ‘고급’ 이미지를 얻으려하는 얕은 꼼수들이 그렇다. 프랑스어가 원작인 작품의 영어 프로덕션에도 오리지널이란 용어를 붙여 관객들을 현혹시킨다. 외국어로 말하면 뭔가 있어보인다는 사대주의적 사고에 언론도 함께 굿판을 벌인다. 애쓴다는 생각도 들지만, 솔직히 말하면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비단 뮤지컬만의 사정일까.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허울 좋은 ‘오리지널’에 따라 춤추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내실을 다지지 않고 겉모습에만 집착한다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한 번쯤 곱씹어봐야할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