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물산(000830)이 지난 8월 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분양한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아파트는 1·2순위 청약에서 평균 3.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14개 주택형 중 13개가 1·2순위 마감됐고 펜트하우스인 전용면적 117㎡형 2가구는 1순위에서 50명이 신청해 25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며 청약 때마다 대량 미달사태를 빚었던 용인에서는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흥행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고객 선호도 1위인 ‘래미안’의 브랜드 파워다.
| ▲삼성물산이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경기도 용인에서 최근 분양한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 아파트가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청약 성공을 거뒀다. 주택 수요자들이 지난 8월 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개장 당시 입장을 위해 길게 줄 지어 서 있다. <제공:삼성물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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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수도권과 세종시 등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은 같은 지역 내에서도 브랜드에 따라 엇갈인 청약 성적을 거뒀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집값 하락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6월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래미안 위례신도시’와 ‘위례 힐스테이트’, ‘위례 에코앤캐슬’,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 등 4개 아파트 단지는 평균 청약 경쟁률이 최고 27.47대 1에서 최저 1.08대 1까지 20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현대엠코가 지난 5월 공급한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는 올해 위례신도시 첫 분양 단지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인근 송파구와 판교신도시에 비해 저렴한 3.3㎡당 평균 1680만원 선의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청약 경쟁률은 1.63대 1에 그쳤다. 1순위 마감된 주택형도 전용 95㎡D형 1개에 불과했다.
하남도시개발공사가 직접 시행해 지난 6월 분양한 ‘위례 에코앤캐슬’은 전 주택형이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으로 구성돼 돌풍이 예상됐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1300만원대로 위례신도시 물량 중 가장 쌌다. 그러나 평균 경쟁률은 1.08대 1에 그치며 부진한 청약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업계 1~2위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6월 말 분양한 ‘위례 힐스테이트’와 ‘래미안 위례신도시’의 청약 결과는 달랐다. 모든 가구가 전용 85㎡ 초과 중대형으로 구성됐는데도, 경쟁률은 각각 11.03대 1과 27.47대 1로 1순위 마감됐다. 분양가도 3.3㎡당 1700만원 안팎으로 앞서 분양한 단지보다 높게 책정됐지만 흥행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현대엠코와 하남도시개발공사가 분양한 물량은 하남권역이란 한계가 있었지만, 래미안과 힐스테이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었던 만큼 결국 브랜드가 승패를 가른 셈”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분양한 단지의 청약 성적이 브랜드에 따라 엇갈리는 현상은 중견 건설사 물량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세종시 1-1생활권에서 분양한 ‘대광 로제비앙’은 500가구 전체가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었다. 하지만 423명만 신청해 미달 사태를 빚었다. 청약자 중 95%(403명)는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3순위에 몰려 계약률도 높지 않았다. 7월 분양한 ‘보광 골드클래스’아파트도 소형인 전용 59㎡형으로만 구성됐다. 하지만 494가구 모집에 559명이 지원, 평균 청약 경쟁률이 1.13대 1에 그쳤다. 1순위에 마감된 주택형은 없었고, 59㎡B형은 3순위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지역(세종시 1-1생활권)에서 호반건설이 올해 1월 분양한 ‘호반 베르디움’은 평균 2.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전용 59㎡형은 모두 1·2순위 마감됐다. 특히 59㎡A형은 4.2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아파트는 모두 전용 85㎡ 이하 중소형으로 구성됐고 3.3㎡당 700만~800만원대 분양가로 같은 지역에 공급됐지만, 브랜드에 따라 청약 성적이 갈렸다는 평가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호반건설은 최근 몇년 간 동탄신도시 등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호반 베르디움’의 브랜드 인지도가 함께 높아졌다”며 “대형 건설사 물량이 거의 없는 세종시에서 중견 건설사 간의 브랜드 경쟁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긴 상황에서 향후 공공 분양물량은 전용 60㎡ 이하 소형으로 제한되고, 전체 분양 물량도 줄어들면 브랜드 아파트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2000년대 이후 아파트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됐던 브랜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같은 지역의 비슷한 규모와 가격대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아파트에 수요자가 더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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