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2일 오전 9시48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김 전 처장을 다음날 오전 3시께까지 17시간여 동안 강도 높게 조사했다.
김 전 처장은 조사를 마친 뒤 ‘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나중에 특검 수사결과를 참고하라”고 했고, 이시형(34)씨의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청와대 경호처가 대신 낸 의혹에 대해서는 “그것은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충분히 소명했는가’라는 질문에 “성실하게 충분히 조사받았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과 사전에 상의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은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김 전 처장은 청와대가 내곡동 부지 9필지 중 3필지를 시형씨와 공동으로 구입하는 과정에서 시형씨의 매입금 분담액 일부를 청와대 경호처에 전가, 국가에 6~8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이에 특검팀은 이날 김 전 처장을 상대로 공유지분 매매가액 산정 및 분담 기준, 지분비율 결정 과정, 시형씨 중개수수료 1100만원을 청와대가 대납한 경위 등을 캐물었다.
특히 경호동 필지를 높은 가격에 구입하는 대신 시형씨 부담금을 낮춘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처장이 지난해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내곡동 현지를 방문한 뒤 ‘OK’해 부지를 샀고, 다 보고했다”고 언급했던 만큼 이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언제, 어떤 경위로, 어느 범위까지 이뤄졌는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처장은 조사에서 지가 상승 등을 고려해 매입대금을 나눴다며 배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 전 처장의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한 뒤 추가 소환이나 자료 제출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청와대에 사저부지 매매거래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기로 했다.
특검팀은 우선 협조를 요청하되,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하는 방안도 아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또 이 대통령이 사저부지 건물의 철거 계약과 3000만원의 대금 결제를 자신 명의로 처리한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부지매입 과정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드러낸 것으로, 자신이 실매입자라고 주장한 시형씨의 진술과도 정면 배치된다.
한편 특검팀은 주말인 3일 오후 ‘MB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72)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부지 대금 송금에 관여한 정황과 관련해 추궁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세욱(5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행정관으로부터 “매입대금 및 세금 업무를 김 전 기획관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처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6월 김 전 기획관의 연루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각하 처분했으나, 특검은 김 전 기획관이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키로 했다.
이로써 특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이는 시형씨와 김 전 경호처장, 전 청와대 전문계약직원 김태환(56)씨에 이어 4명으로 늘었다.
김윤옥 여사와 이 회장 부인 박모씨에 대한 조사 시기는 내주께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