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금융, 누굴 위한 카드 분사?

  • 등록 2012-10-31 오전 7:45:05

    수정 2012-10-31 오전 11:31:01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우리카드가 이르면 내년 초 독립 법인으로 재출범한다. 이팔성 우리금융(053000) 회장이 분사를 처음 언급한 이후 2년여만이다. 카드 대란 여파로 은행 셋방살이를 시작한 2004년 3월부터 따지면 무려 9년 만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당분간 분사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우리금융은 큰 숙원사업 하나를 이뤘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우선 영업환경이 좋지 않다. 분사에 따른 가장 큰 장점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회원모집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은, 카드 대출에서 회원모집, 심지어 발급에 이르기까지 규제가 촘촘해 운신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다.

경기침체도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다. 주요 카드사는 올 들어 수익이 반 토막 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수수료 수입마저 줄면 내년엔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카드시장에도 썩 도움이 안 된다. 별도 카드사로 출범하면 어찌 됐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밖에 없고, 결국 그만큼 과당경쟁의 소지가 커진다. 최근 독립한 KB국민카드와 하나SK카드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분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국 역시 그리 달갑지 않다. 농협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카드 분사를 호시탐탐 노리는 다른 은행도 의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이야 좋겠지만, 빚더미에 앉아 있는 카드 소비자로서도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금융이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카드 분사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에선 나온다. 이른바 ‘빅딜 설’도 나돈다. 금융당국이 연내 카드 분사를 승인해주는 대가로 우리금융이 최근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했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위기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다. 위기가 지나면 우리카드가 우리금융의 알짜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카드 분사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우리금융은 분명하게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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