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5일자 8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세계 어디서든 ‘마이웨이’를 고집하던 애플이 한국 시장에서 꼬리를 내렸다. 무성의하고 불편한 품질보증(A/S) 정책을 고집해 소비자의 불만이 폭주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애플이 별안간 “문제가 있는 제품은 한 달 안에 공짜로 새 제품으로 바꿔주겠다”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등 떠밀기(?)가 발단이 됐지만, 애플의 변심엔 또 다른 이유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1월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소형 전자제품의 A/S 기준이 공정위의 소비자분쟁 해결기준보다 불리하다면 제품 용기에 다른 점을 구체적으로 적으라는 것. 대상 품목은 휴대폰·내비게이션·노트북 컴퓨터·카메라·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등 5개였지만 애플 제품을 타깃으로 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로부터 3개월. 공정위에 전화가 걸려왔다. 애플이 자진해서 아이패드·아이팟·맥북의 A/S 기준을 국내에 맞추겠다고 통보했다. 기존의 리퍼 제품 교환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수준의 A/S를 적용받게 됐다”고 자평했다. 현재 애플은 이탈리아 중국 터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같은 A/S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과거 A/S 문제로 국정감사에 임원이 증인으로 소환됐을 때도 꼿꼿하게 “내 법을 따르라”던 애플이 생각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배경이 무엇이든 이번 A/S 기준 변경으로 애플의 속내는 편치 않아 보인다. 애플은 지난 4월부터 소리 없이 A/S 정책을 바꿨다가 공정위의 설득 끝에 한 달 늦게 공개했다. 다른 나라 A/S 정책에 미칠 파급 효과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애플 관계자는 “다른 회사도 A/S가 바뀌었다고 따로 공지하는 경우는 없다”며 “제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하지, 서비스를 따로 홍보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같은 지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발끈했다. A/S 불만에 대해서도 여전히 억울해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소비자가 가지고 오는 제품의 99.7%가 출고 당시 하자가 아닌 소비자 과실 때문”이라며 “리퍼도 새 제품인데 한국 소비자들은 재활용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 ☞애플 "한국인 여러분 뉴 아이패드에 관심 좀…" ☞무릎꿇은 애플…아이패드 A/S 기준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