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공화 `예고된 압승`..美 권력 지형 바뀐다

공화, 하원 다수당 입성
오바마 향후 국정운영 난관 봉착 가능성
  • 등록 2010-11-04 오전 5:25:40

    수정 2010-11-04 오전 5:25:40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당초 예상대로 야당인 공화당이 집권당인 민주당에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공화당은 4년 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당한 패배를 되갚는 것과 동시에 향후 정국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막판까지 민주당 지원에 전력을 다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이후 권력 변화에 휩쓸려 임기 후반 국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 하원 다수당 입성..입김 거세질 듯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하원의원(임기 2년)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임기 6년) 100명 가운데 3분의 1과 보궐선거 대상을 포함한 37명, 그리고 주지사 50명 가운데 37명이 새롭게 선출됐다.

개표가 막바지에 이른 오후 4시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239석 이상을 확보하며 민주당을 제치고 다수당으로 올라섰다. 또 상원에서도 최소 47석을 차지하며 과반수 의석에 근접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185석 수준에 그치며 공화당에 완패했지만 상원에서 51석을 지켜내며 상원 다수당 자리는 가까스로 유지했다. 그러나 전통적 우세지역인 일리노이와 인디애나,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에서 패배함으로써 정치적 지역 기반이 흔들리게 됐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 전 자리인 일리노이를 뺏긴 것은 충격이 크다.

또 민주당은 공화당의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피해 독자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슈퍼 60석`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앞으로 추진하는 각종 입법안의 통과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티파티` 돌풍 거셌다..지지 후보 대거 당선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유권자단체인 티파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선거를 앞두고 과격 보수 성향을 지닌 이들에게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대다수 유권자들은 티파티가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들을 선택했다.

티파티 공화당 후보들의 수장격인 짐 디민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랜드 폴 켄터키주 상원의원 후보,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후보 등이 정계에 진출했다. 폴 후보는 극우 보수파로 유명하며 루비오 후보의 경우, 39살의 젊은 정치인으로 공화당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티파티 후보 중 가장 주목받았던 크리스틴 오도넬 델라웨어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는 민주당 후보에게 완패하며 지지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민주, 예고된 패배.."문제는 경제야!"

공화당 승리, 민주당 패배로 끝난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가 그 중심에 있었다.

미국민들은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이 금융위기 이후 빠른 경제 회복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 경제는 여전히 10%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막대한 재정적자 등 산적한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 당장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미 대다수 유권자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경제에 대한 실망감은 선거에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미 유권자 중 거의 절반은 공화당 후보가 좋다기보다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싫기 때문이라고 답할 정도였다.

공화당은 이 같은 유권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민주당의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신랄히 비판하며 민심을 얻는 데 성공, 4년 만에 다시 승리를 따냈다.

◇美 권력 지형도 변화..오바마 향후 국정운영은

이번 선거는 임기의 절반을 보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민주당의 패배는 곧 오바마 정부의 국정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주창하며 정부의 역할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임기 후반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고 밝힌 오바마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상당 부분 제한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연임에 대한 부분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연임 가능성을 높이려면 현재 추진 중인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이 필요하나 재정지출을 최소화하려는 공화당의 반대가 더 심해질 게 분명하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선거 패배를 만회하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공화당과의 대립을 최소화하는 한편, 경제 살리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매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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