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8년만에 정권교체…친중 정부 `탄생`

마잉주 국민당후보, 최대 표차로 승리
  • 등록 2008-03-23 오후 1:12:32

    수정 2008-03-23 오후 1:12:32

[조선일보 제공] 3월22일 실시된 대만 총통(제15대) 선거에서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후보가 221만표가 넘는 표 차이로 승리해, 국민당이 8년 만의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대만의 민생 경제 회복을 최고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마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향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화해 무드를 타는 등 동북아 국제 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최종개표 결과, 마 후보가 총765만8224표를 얻어 58.4%의 득표율로 544만5239표(41.6%)에 그친 셰창팅(謝長廷) 민진당 후보를 16.8% 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표 차이는 대만 총통 선거 사상 최대 격차이다. 2004년 총통 선거에서 3만표 남짓한 표 차이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당선됐던 것과 비교하면 국민당의 완벽한 압승이다.

대만정치대학의 류더하이(劉德海·정치외교학) 교수는 “대만 정치에서 이념이 퇴조하고 경제가 최고 관심사가 됐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며 “말 만 앞세우고 경제 실정(失政)과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민진당에게 국민들이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거 막판에 양안 공동시장 건설과 중국의 티베트 유혈 진압 사태, 마 후보의 미국 영주권(그린카드) 소유 문제 등으로 셰 후보측이 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집중적으로 펼쳐 지지율 격차가 10% 미만으로 줄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개표 결과는 민심이 완전히 마 후보쪽으로 돌아섰음을 보여주었다.

국민당은 이미 지난 1월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둬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게 됐으며, 대만 특유의 권력견제 심리를 반영한 ‘시계추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민진당이 제기한 이슈들은 선거전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 같다”며 “유권자의 90% 이상은 이미 자신의 지지 후보를 결정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마 후보는 이날 오후 7시30분쯤 타이베이 시내 아이궈시(愛國西路)에 있는 자신의 선거 총본부에서 수만명의 지지자들 앞에 나와 “이것은 내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대만 모든 국민의 승리이자 개방과 화해의 승리”라며 “지난 8년 동안 대만 국민들이 겪은 고통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당과 민진당을 가리지 않고 동일시하며 화해를 추구하겠다”면서도 “당선 후 중국 대륙을 방문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셰창팅 후보는 같은 시간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오늘의 패배는 나 개인의 패배이지 대만의 패배가 아니다”며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 다음 자리를 떴다.

이와 함께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진당이 발의한 ‘타이완 명의의 유엔가입 국민투표’와 국민당이 발의한 ‘중화민국 명의의 유엔복귀 국민투표안’은 투표율이 각각 과반수에 미달해 자동 부결됐다고 밝혔다. 두 개의 국민투표안은 오늘 총통 선거와 동시에 치뤄졌다.

국민당 선거캠프는 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10여만명의 지지자들이 선거 총본부 주위에 몰려 22일 밤10시 넘어까지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고 축포를 쏘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대만 중앙선관위는 오는 28일 당선자 공고를 내고 31일 당선증서를 교부할 예정이다. 마 후보가 총통 당선자로 최종확정되면 오는 5월20일 제15대 총통으로 정식 취임하게 된다.

한편, 양안간 삼통(통상 통항 통운)실현과 중국인의 대만 관광 및 투자 확대 등 양안 경제협력을 내세운 마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한국 경제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코트라(KOTRA) 타이베이 무역관의 이민호 관장은 “IT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활용한 대만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며 “투자와 관광 분야에서도 중국인의 대만 투자와 관광은 늘어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한국에 대한 중국인과 중국기업의 투자 및 관광수요는 현재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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