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좋은 데 가시네요" 도심 속 비밀업소

음식점으로 사업자 등록… 간판도 없이 영업
직장인·학생들도 쉽게 성매매 접해 문제 심각
  • 등록 2007-01-19 오전 8:15:25

    수정 2007-01-19 오전 9:14:00

[조선일보 제공] 지난 11일 밤 12시쯤 서울 성북구의 한 지하철역 사거리. 지하철 출구에서 서성거리던 5~6명의 남자 중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30대 남자 한 명이 다가왔다. 이 남자는 “아저씨, 한 시간만 놀다 가세요. 집창촌보다 훨씬 깨끗하고 시설 좋은 동네로 모실게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를 따라 대로변을 2분 가량 걸어가자, 길가에 중형 승용차 5대가 주차돼 있었다. 그중 한 차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다른 남성이 내렸다. 그는 “오늘 좋은 데 가시네요”라고 분위기를 띄운 뒤 차에 타라고 했다.

20분쯤 후 도착한 곳은 서초구 주택가. 삼겹살 음식점 등 식당들이 더러 눈에 띄는 골목을 지나 3층짜리 상가 건물이 나왔다.

30대 남성의 안내를 받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9평 남짓한 방에 노래방 기계가 설치돼 있고, 빨간색 조명 아래 술과 음료수가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아무런 간판을 내걸지 않고 영업을 하는 이 지하방은 알고 보니 일부 집창촌 업주와 여성들이 주택가로 진출해 은밀하게 성매매를 하는 일종의 ‘집창촌 지점’이었다.

손님들은 1인당 유흥비 8만원과 여관비 3만원을 주고, 지하방에서 여성들과 술 마시고 노래를 한 뒤 인근 모텔로 이동하는 것이다.

지하에 집창촌 업주가‘비밀 영업소’를 차린 서울 도심의 한 상가빌딩. 이런 업소들은 대개 주택가나 음식점 골목 등에서 간판이나 상호 없이 지하에서 영업을 한다.

지하방 종업원은 “집창촌을 떠난 업주들 중 일부가 5~6명 이상 아가씨를 데리고 주택가에 가게 차려서 이렇게 밀실 영업을 한다”며 “정부가 집창촌을 세게 단속한 후 이런 현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지하방은 대개 음식점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서 간판을 달지 않은 채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점 카드 매출 전표까지 발행해 정부 당국을 감쪽같이 속인다. 예를 들어 음식점 매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손님들에게 1만원 가량은 카드 계산을 요구하고 서류를 꾸며 경찰 단속을 피하는 식이다. 강남의 한 업소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은 “집창촌에서 진 빚을 갚지 못해 그곳 업주가 운영하는 이 가게로 넘어오게 됐다”면서 “주택가 한복판이지만 음식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걱정 않고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2004년 9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 단속으로 영업이 힘들어지자 집창촌 업주와 여성들이 이처럼 도심 곳곳에서 소규모로 게릴라식 비밀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방처럼 따로 공간을 차려놓지 않고 전화로 연결해 여성을 파견하는 ‘출장 영업’도 도심에 퍼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삼성동, 역삼동을 비롯해 강북 장안동, 용산 등지에 사무실을 차린 업주들은 여성들을 전화로만 관리하며 불법 성매매를 연계한다. 이들은 호객꾼을 고용해 도심 번화가나 주택가에 전단을 뿌리고 승용차 유리창에 명함을 꽂아 놓는다.

이처럼 집창촌을 빠져나온 여성들이 사무실 빌딩과 주택가로 파고들면서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더욱 쉽게 성매매를 접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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