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세형기자] 현재 주가는 투자자들이 현 시점에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한 기업의 가치다. 투자지표는 주가를 설명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더 나아가 그 기업의 성장성과 자산가치 등을 고려해 적정주가를 산출하기 위해 사용된다.
투자지표를 이용한 밸류에이션이 증권투자의 알파와 오메가는 아니며 투자자들이 액면 그대로 믿는 것도 아니지만 투자판단에 상당부분 참고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투자지표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투자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선 널리 쓰이는 투자지표에 대해 알아보자.
◇PER(주가수익배율)
PER는 현재 주가를 EPS(주당순이익)로 나눈 값이다. 90년대 초반 증시에 돌풍을 몰고온 저PER 혁명으로도 유명하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투자지표다. PER가 낮을 경우 주가 수준이 저평가돼 있고 높을 경우엔 고평가된 것으로 흔히들 인식하고 있지만 가격이 싸다 비싸다 이상의 의미는 없다. 적정 PER로 평가되고 있는 지 아닌 지가 고평가, 저평가의 기준이다.
적정 PER의 결정 팩터는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 미래의 일정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주는 이자율인 자기자본할인율, 기업의 성장률이다. 배당성향, 자기자본할인율, 성장률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는 영구성장모델에서는 적정 PER는 배당성향/(자기자본할인율-성장률)로 구한다.
이와 함께 기억해 둘 것은 증권전산에서 현재 제공하고 있는 주당순이익의 기준은 지난해 주당순이익이며 이에 반해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실적 추정치를 근거로 PER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PBR(주가순자산배율)
역시 요사이 흔히 볼 수 있는 지표로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것이다. 주당순자산가치 산출에는 재무제표상의 장부가치가 사용된다. 장부가치가 적정시장가치를 반영하고 있을 경우 PBR은 기업가치의 절대평가 혹은 상대평가의 훌륭한 척도가 된다.
현실적으로 재무제표상의 장부가치가 자산재평가의 허용여부, 적정가치를 표시하지 못하는 재고자산, 매출채권가치 등의 이유로 현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만일 여러가지 조정을 통해 자산의 시장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면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장부상의 자산 및 채무가 시장가치를 대부분 반영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평가에는 매우 유용한 척도가 된다. 이론적으로 적정 PBR은 적정 PER 공식을 응용해 유도할 수 있으며 도식으로 표현할 경우 적정 PBR은 (자기자본이익률-성장률)/(자기자본할인율-성장률)이 된다.
◇PSR(주가매출배율)
주가를 매출로 나눈 것이며 지난 99∼2000년 주식시장 버블기에 IT 관련기업의 가치평가에 애용되던 지표다. 전혀 새로운 지표는 아니고 유사한 사업영역을 가진 동종업체를 비교 분석할 때 가끔 사용되던 것이었다. 인터넷기업의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PER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즉,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대안이었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보다는 사실상 이미 오를대로 올라버린 주식의 가격을 합리화하는 데 사용된 지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즉, 적정 PSR은 PER를 응용해 만들어질 수 있는 데 도식으로는 매출액대비 이익률(Net profit margin)*배당성향/(자기자본할인율-성장률)이 된다.
이에 따라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적절한 값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들은 단순히 매출 증가를 절대적으로 받아 들인 측면이 있었고 요새 눈에 잘 안 띄는 지표가 됐다.
◇EV/EBIT & EV/EBITDA
PER, PBR, PSR이 기업의 자기자본가치를 직접적으로 구하려고 하는 데 반해 EV(Entity Value) 계열의 투자지표들은 기업의 전체가치를 먼저 구하고 여기서 타인자본의 몫을 차감해 자기자본가치를 구한다는 점에서 전체기업가치 접근법으로 불린다.
EV/EBIT(EBIT=영업이익) 혹은 EV/EBITDA(EBITDA=영업이익+감가상각비)이 국내 증권사 분석보고서에 도입된 것은 불과 수년전이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보고서에서 사용되고 있고 또 적정주가 산정에 있어 가장 인기 있는 투자지표 노릇을 하고 있다.
EV, EBITDA 등에 대해서는 접근 각도에 따라 또는 분석대상 회사가 속한 국가의 회계기준에 따라 다른 산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EV/EBITDA를 사용할 경우 회계기준(감가상각법), 법인세, 이자율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이들 팩터가 달라도 국제비교가 가능하다는 인식은 거의 100% 틀린 셈이 된다.
일례로 적정 배율이 주어졌다고 가정하고 EV/EBIT에 의한 적정주가를 구해보자. 사업 A부문(적정 EV/EBIT 6배)과 사업 B부문(적정 EV/EBIT 7배)으로 이뤄져 있고 각각의 영업이익이 100원이라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또 이 회사는 비영업용자산을 400원어치 보유하고 있으며 차입금 500원에 300주가 발행돼 있다.
우선 적정 EV/EBIT를 적용할 때 A부문의 가치는 600원, B부문의 가치는 700원이 된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전체 영업가치는 1300원이 된다. 여기에 기업의 비영업용자산 가치 400원을 더하면 기업의 총가치는 1700원이 되고 타인자본인 차입금을 빼주면 주주에게 귀속될 자기자본의 가치는 1200원, 주당가치는 4원이 된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현재주가가 3원이라며 저평가돼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적정 EV/EBIT와 EV/EBITDA의 배율을 결정할 때는 DCF(현금흐름할인) 틀이 유용하게 사용된다. 적정 EV/EBIT의 결정요인으로는 투자율(영업이익중 미래성장을 위해 투자되는 비율),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영업이익의 성장률(투자율*ROIC(영업용자본에 대한 수익률)), 법인세율 등의 팩터가 사용되며 도식으로는 (1-투자율)(1-법인세율)/(WACC-영업이익 성장률)으로 표현된다. EV/EBITDA의 경우엔 여기에 감가상가비가 추가로 고려된다.
한편 국내 증권사는 EV/EBIT보다는 EV/EBITDA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데 EV/EBITDA를 사용하는 기본적인 전제는 감가상각비를 기업에 유입되는 현금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EBITDA를 사용할 경우 기업의 존속에 필요한 재투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또 재투자를 무시할 경우 기업에 귀속되는 현금흐름을 실제보다 과다하게 인식할 수 있다.
◇적정주가 너무 차이나면 곤란
"00기업에 12배의 PER를 적용하면 적정주가는 4만원이며 5배의 EV/EBITDA를 적용하면 적정주가는 3만원, DCF모델을 이용하면 적정주가는 2만원이다. 따라서 이들의 평균값인 3만원을 00기업의 적정주가로 제시한다. 현재주가는 1만5000원인데 100%의 기대수익이 예상돼 매수추천한다"
기업분석 리포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정주가 산출방식이다. 왜 적정 PER는 12배인지 적정 EV/EBITDA는 5배인지는 애널리스트의 판단이므로 차치하고서라도 PER, EV/EBITDA, DCF모델에 산출된 각각의 적정주가가 차이가 나고 있다.
EV/EBITDA에 의한 적정주가 산출은 DCF 모델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두 모델 모두 영구성장모델을 가정하고 실질적인 현금흐름을 감안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두 가지 방법에 의해 구해지는 적정주가는 같아야 한다. PER와 EV/EBITDA에 의한 적정주가 산출에 있어서도 순이익, WACC, 자본구조 등 여러 가정들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엔 결과가 동일하게 산출된다고 한다.
각 지표에 의한 적정주가 산출에 있어 지분구조 변동, 비영업용자산의 존재 등 현실적인 제약에 따라 차이가 나기 마련이지만 이론적으로 동일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차이가 너무 심할 경우엔 신뢰도에 의문을 품어보는 게 바람직하다.
◇업종평균, 합리적이지만은 않다
기업분석 리포트를 보다 보면 가끔은 "동종업체의 PER평균이 얼마이므로 이 PER를 적용하면 분석기업의 적정주가는 얼마가 된다"는 문장을 보게 된다. 동종업체의 평균 PER를 벤치마크로 사용하는 것은 그 업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적용은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비교대상인 두 회사가 동일한 국가, 동일한 산업군에 속하며 동일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면 PER는 상대적 고평가와 저평가를 판단하는 데 유용한 척도가 된다. 그러나 조건이 충족될 때만 그렇고 개별기업의 위험요인이나 단순히 같은 업종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종목군 선정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 데 분석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가 종목군을 어떻게 선정했는지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일지표 비교할 땐 보조지표도 같이 봐야
PER나 PBR, 혹은 EV/EBITDA만을 가지고 투자에 나선다고 할 경우 단순히 나타난 배수만을 가지고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자면 PER의 경우 앞에서 언급했듯이 PER의 수준은 단순히 주가가 비싸다 싸다 만을 나타내는 것이지 고평가 혹은 저평가에 대한 정보까지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EV/EBIT나 EV/EBITDA도 단순히 두 기업의 현재 배율만을 비교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수익성과 주가의 상대적 비율만을 비교하는 것이며 미래의 펀더멘털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BR도 이런 측면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요소와 함께 투자지표를 활용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다. PER의 경우엔 EPS증가율을 함께 고려할 경우 이익의 질을 투자 판단에 넣을 수 있고 PBR의 경우엔 ROE 즉, 자기자본이익률이 함께 고려해볼만한 요소다. EV/EBIT와 EV/EBITDA의 경우엔 EBIT 증가율 혹은 EBITDA 증가율을 함께 판단해 보는 것이 좋다.
◇낮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난 90년대초 저PER 혁명이 불면서 PER가 낮은 종목에 관심이 쏠렸고 최근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돌파에도 이전과의 PER 비교는 빠지지 않고 있다. PER를 비롯해 투자지표가 낮다고 무조건 좋은 것일까. 업종특성에 따라 투자지표가 낮게 나올 수 밖에 없는 요인이 있고 개별기업 자체로도 수급상황 등에 따라 낮게 나올 수 있는 요인을 가지고 있다.
적정 배율의 투자지표보다 낮게 나오고 있는 투자지표를 갖고 있는 기업이 좋은 종목이다. 반대로 주가가 경쟁업체나 절대비교면에서 비싼 수준에 있더라도 PER나 PBR, EVEBITDA 등의 투자지표들이 적정 가치에 미달하고 있다면 여전히 매력적으로 볼 수 있는 주식이다.
이와 함께 국가간 비교에 있어서도 회계기준, 세율 등을 고려치 않고 단순히 투자지표만을 비교해 어느 국가가 낮은 수준에 있고 이에 따라 해당기업도 저평가받고 있다고 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